그러나 실무적인 사안과 관련하여 양측의 토론이 다소 분분하게 전개되었는데, 아카데믹한 사안 외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모호하고 실제로 어떤 활동을 했으면 하는지가 잘 드러나있지 않다는 데서 어려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과학상점의 전문가 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 서울지역에서도 그러한 전문가 풀을, 단지 소재파악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닌, 직접 만나 일종의 끈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신명호 간사의 요구에서 더욱 집중되어 드러났다. 이를 통해 상이한 기반에 서 있는 서로의 입장과 인식의 차이가 드러났고 이를 확인하면서 논의는 일단락되었다. 그 외에는 과학상점의 재정문제라든가 세부적인 운영방식에 관한 몇 가지의 지적이 있었고, 그것들은 늘 인식되어 오던 문제들인지라 별다른 견해의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간담회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유감스럽게 생각했던 점은, 이견과 차이점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 서로가 계속해서 '우린 이렇게 다르다'는 식의 이야기만 반복하게 되면서 서로의 현실과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에는 인색했었다는 점이다. 간담회가 끝나고 나서 나도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신명호 간사의 이야기도 일면 옳다고 생각되었다. 전문가 풀이 전국적일 필요성은 분명히 있으며(꼭 참여연구자가 아닐지라도) 그것이 과학상점 운동의 의도와 향후 전개 방향과도 맞아떨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서울지역에 그 역할을 추상적인 형태로 할당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시민과학센터의 좀 더 활발한 지원 또는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더 빠르고 적절한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서울지역의 문제제기 또한 충분히 합리적인 것이었다. 신명호 간사가 요구하듯이 그 '끈'이라는 것을 가지는 것은 사실 쉽지도, 그렇다고 몇번의 작위적인 만남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시민과학센터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분석만이 아닌, 끊임 없는 새로운 실험을 계속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상점은 그 실험 중 일부일 수 있다. 이러한 실험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끈'을 만들고 확장해 낼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러한 실험은 소규모일지라도 더욱 과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