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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월요일 아침 10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었다. 과학상점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벨을 누르고 들어가니 친절하게
맞이해주었다. 만나기로 약속을 한 사람은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과학상점네트워크
컨퍼런스에서도 만난 적이 있는 슈타인하우스(N. Steinhaus)씨였다. 회의실에
편하게 앉아 한 시간 반 정도 얘기를 나누었다. 주로 과학상점의 법적 근거, 조직운영,
활동, 재정, 대학과의 관계 등에 대한 얘기들이었다.
1984년 설립된 본 과학상점은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과학상점이며, 어느 정도 기업화되었지만 과학상점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2003년 현재 독일의 과학상점은 대학에 자리 잡은 것이 2-3개, NGO가 4개로
모두 6-7개가 운영되고 있다. 80년대 대학에 30개 정도의 과학상점이 설립되었으나
수익사업을 창출하지 못한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NGO 형태의 과학상점은 살아남은
상황이라고 했다.
본 과학상점은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NGO로서 일반 NGO에
관한 법을 따르며 과학상점에 관한 별도의 법적근거는 없다고 한다. 2005년 현재
25명이 일을 하고 있고 50명의 회원이 1년에 30 유로의 회비를 내고 있다. 연간
수입은 220만 유로이며 환경조언자 교육센터(environmental adviser
education center) 운영에 대해서만 정부로부터 연간 5만 유로를 지원받는다.
초창기에 본 과학상점은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었으나 이제는
몇 가지 주제들로 특화되었다고 한다. 주요사업은 주간지인 “Arbeitsmarkt(직업시장)”을
발행하는 일, 전자기파 유해성 검증, 생태적 건축을 비롯한 환경보건, 시민사회 지원,
환경조언자 교육센터 운영 등이다.
“Arbeitsmarkt”의 경우, 과학기술, 인문사회분야의
연구자들을 모집하는 구인광고를 독일 전역의 일간지/잡지 등으로부터 모아서 정리하여
펴내는 것으로, 총수입의 70%, 총지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본 과학상점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과학상점 상당수의 인력이 이 일을 하고 있으며 이 주간지의 수요도
상당한 편이라고 한다. 그런데 언뜻 이 일이 과학상점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궁금하여
물어보니 과학기술연구자 수요에 관한 기초적인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있고 교육센터 수료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고도 했다.
주요한 수입이 “Arbeitsmarkt” 발행과 정부나
재단으로부터 따온 프로젝트이다 보니 아무래도 시민 사회로부터 직접 의뢰를 받아서 하는
연구의 비중이 낮고 우리가 하려는 ‘참여연구’의 비중도 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질문은 왜 대학에 자리 잡지 않은 NGO 형태인가였다.
80년대 초반에는 학생회의 지원을 받아 대학에서 활동할 수 있었지만 학생들도 활동에
제한이 있었고 무엇보다 보수적인 대학에서 과학상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일반 시민들의 의뢰가 대학 당국으로 전해진 후 일이 진척되지 않는 등 운영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독립을 했으며 지금은 스스로의 힘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참여는 직접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도 시민들의 요구에 맞추어가는
참여연구,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등이었는데, 여기서도 지금의 우리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얘기를 마치고 나오니 전국적인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와 있었다. 본 과학상점의
경우 지역보다도 전국적으로 더 알려져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슈타인하우스씨의 사무실을
구경하러 옆 건물로 옮겼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직업시장”을 만들기 위해 한쪽에서는
신문에서 구인광고를 스크랩하고 다른 쪽에서는 컴퓨터로 타이핑을 하고 있었다. 슈타인하우스씨
사무실에 들어가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받고, 내가 다음날 하노버(Hannover)로
간다고 하니 그곳에도 과학상점이 있다면서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아주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얘기를 나누면서 공감도 하고 NGO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짊어져야 하는 어려움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임무를 마치기도
했고 하노버 과학상점 방문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선물도 받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길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맑고 푸른 하늘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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