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인근 한 대학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지역의 공동활동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의미있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관점에 따라, 보는 시선에 따라 그 의미는 다양하겠지만, 격의 없는 대화 속에 나오는 진심들은 폄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참관하면서 지역과 대학,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 그 사이에 참여한 사회단체의 색깔만큼 절실한 공약수와 공배수가 있을 것 같더군요. 그렇게 서로 품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보면, 서로 의미있는 발걸음을 디딜 수 있는 단초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역시 쓸데없는 생각들이 들더군요. 산업전선으로 나아가기 위한 통과의례로 지나치는 학생들의 봉사 활동이 아니라, 불안을 가득 담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세상에서 나침판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라인조직 같은 대학의 과 단위 사고를 가로지르는 학제나 소통하는 방법은 없을까? 꼬치구이같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서열화된 구조에 수평으로 관통하는 사회단체의 역량이 심어지는 방법은 없을까? 틀에 갖추어진대로, 규율을 따라 사고하는 것 말고, 사회와 지역을 품어 고민하는 대학은 영양가가 없을까?경제인만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담는 질적으로 역량이 뛰어난 인재들을 키워낼 수는 없는 것일까? 라는 흔한 고민들 말입니다.
제도화 관련하여, NGO 학과나 학제를 만드는 것. 관련 사회단체와 과정을 준비하여 파격적인 학점을 인정하는 것. 단과대학이나 학과와 관련 사회단체와 연결과정을 만드는 것. 겉으로 드러나는 틀도 중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소통하고 소통되어야만 서로 풍부해지고, 여유로워질 수 있고, 시세말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고민을 나누고 품기시작했다는 점. 그것에 마음이 끌렸고 또다시 분기하는 작은 시작점으로 거듭나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보태봅니다. 지역사회에 있어 사회 단체와 대학, 주민, 학생들이 실선으로 그어져 분리된 것이 아니라 점선으로 언제 어느때고 드나들 수 있는 체계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대학은 고립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체계와 사고방법, 운영에 대해 내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받아들이려는 맘가짐에서, 경제인으로 학생을 규격화하려는 시도에 균열도 내고, 배려심과 사회에 대한 고민과 창발적인 생각으로 돈만 벌거나 단기적 이익만 남기려는 학생이 아니라 사회도 사람도 버는 학생을 배출하는 대학이어서, 정말 보내고 싶은, 같이 하고 싶은 대학으로 나아가는 데 조그마한 디딤돌이 되었으면 합니다.
/ 노현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