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에너지부 산하 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에서 금년 5월 펴낸 '세계 에너지 전망(International Energy Outlook)'에 따르면 전세계의 에너지 소비량은 2004년 447경(!) BTU에서, 2030년 702경 BTU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1 BTU는 1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만큼 올리는데 필요한 에너지로 252 칼로리 정도이다. 성인 1명의 하루 필요 열량이 2200 kcal인 것을 감안하면 인류가 1년간 소모하는 에너지는 현재는 1,402억 명, 2030년에는 2,200억 명이 체내에서 1년간 쓰는 열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의 에너지 소비 증가분은 중국, 인도 등의 경제 성장에 힘입은 것이다. 1980년 산업용 에너지의 52%는 OECD 국가들에서 소비되었으나, 비용이 저렴하고 규제가 덜한 비 OECD 국가들로 산업이 이동함에 따라 OECD 국가가 차지하는 산업용 에너지 비중은 2004년 44%로 줄었고, 2030년에는 30%까지 비중이 축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화석연료 가격 상승, 에너지안보 문제, CO2 감축 요구 등으로 원자력발전소의 용량은 2004년 368기가와트에서 2030년에는 481기가와트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신규 원자로의 상당수는 중국이나 인도에 설치될 것이다. 수력, 풍력, 바이오, 폐기물, 태양, 지열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정부 정책보조금에 힘입어 사용량이 증가할 것이나 전체 에너지에서 담당하는 몫은 2004년 7%에서 2030년 8%로 크게 늘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가정이나 산업계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는 유연탄과 원자력 발전에 의한 전력 생산으로 많은 부분이 커버되지만 전체 에너지의 30% 정도를 담당하는 수송 부문은 석탄액화나 천연가스액화연료, 바이오연료 등의 비재래형 액체연료에 대한 활발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리고 2030년까지도 석유를 충분히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에너지원 비중에서 석유의 역할은 줄어들고 있으나 수송 부문의 에너지 요구 증가로 인하여 원유 소비량은 2004년 하루 8,300만 배럴에서 2030년 1억2,000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주형 교수가 쓴 ‘아프가니스탄, 잃어버린 문명’을 다시 뒤적여 보았다. 토인비에 따르면 문명사에는 ‘막다른 골목(cul-de-sac)’과 ‘라운더바우트(roundabout)’의 두 지역이 존재한다고 한다. ‘막다른 골목’이란 문명 흐름의 종착역이었던 일본과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말하고, ‘라운더바우트‘란 문명의 흐름이 모였다가 다시 퍼져나갔던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지역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단순한 문명의 통과점이 아니다).

카스피해를 비롯한 중앙 아시아에는 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막대한 양의 원유와 가스가 묻혀 있다(카스피해 근처는 중동, 러시아에 이은 세계 3대 에너지 매장지로 원유 추정 매장량은 2,600억 배럴, 천연가스 추정 매장량은 17조 입방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가장 원하는 것은 피의 복수일 수도, 세계 평화일 수도(설마!) 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이 마지막까지 원하는 것은 성장이라는 외발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도록 페달을 밟아주는 석유에너지일 것이다. 석유자원의 ‘라운더바우트’인 아프가니스탄의 ‘막다른 골목’은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억류된 23인의 무사귀환을 바란다.

/ 에너지연구원 나정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