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도 아닌 데 해뜨는 날을 일주일에 한 두 번 볼까 말까하는 날씨가 계속되더니 조금 선선해지면서 가을 기분이 납니다. 참터 사무국도 새로운 활동들로 바빠지고 있습니다. 집행위원회와 참터지기 회의에서 앞으로 참터가 해야할 일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 혹은 지역사회에서 참터에 요구하는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질문과 ‘참터는 누구를 대리하는 가?’라는 질문이 논의의 핵심에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참터의 역할이자 해야할 일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 질문은 참터의 지향점 혹은 태도에 대한 질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참터 활동을 돌이켜보면 과학상점이라는 틀만을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과학상점의 제도화는 참터가 추진해야하는 최우선 목표임은 변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때까지의 방식은 참터가 ‘무엇을 어떻게’ 조사연구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만들가면서 축적해가기 보다는, ‘무엇을’은 지역사회의 연구의뢰부터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으로, ‘어떻게’는 계기만 있으면 연구자들의 참여를 구성해낼 수 있으리라 가정했었던 것 같습니다. 활동의 내용과 방식을 발굴하고 만들어나가는 데는 소흘했던 셈입니다. 시범 프로젝트만 잘 해서 포장을 하면 그 결과 자동적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 질 거라는 ‘환상’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니 었나 반성해봅니다.

네덜란드 과학상점의 베테랑 활동가인 카렌 리가 “과학상점의 성공은, 첫째 사회운동이 직면한 갈등의 해결을 위해 적절한 과학지식을 제공하여 운동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둘째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학생과 전문가들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계획에 달려있다”라고 한 말이 생각납니다. 지금 참터의 활동은 카렌 리가 말했던 근본적인 관점에서 실천을 중심으로 재조직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참터 활동가와 회원들이 일터가 있으면서 혹은 다른 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참터에 참여하고 실천하게 되는 상황이기에, 참터가 누구를 대리하고 있는 지, 그리고 참터가 중점적으로 하려고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게 됩니다. 이 논의와 탐색은 숙성의 시간일 뿐 아니라, 회원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 한 가지만은 다들 동의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터는 ‘시민과학자들과 그 동맹자들’의 공동체, 즉, 정부와 시장, 그리고 과학기술 영역 안에서 시민을 대리하는 집단이라는 정체성 말입니다. 참터가 ‘시민을 대리하는’ 일이 일반 시민사회단체들이나 대중조직과 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을 찾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 남겨져 있습니다. 조만간 회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들이 마련될 것입니다. 함께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신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