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스트푸드 네이션’은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다. 2006년 제작, 수입까지 되었으나 개봉하지 못하다가 광우병 쇠고기 사태, 그러니까 ‘촛불의 힘’으로 뒤늦게 개봉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다루는 문제는 광우병은 아니다. 하지만 크게 보면 자본의 최대 이익을 위한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광우병 문제와 다르지 않다고 볼 수도 있겠다.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로 '빅 원'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거대한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성공하기 시작한 '미키스'. 잘나가는 나라의 잘나가는 회사답게 오만하고 불편한 농담들이 오고 간다. 기분 나쁜 자신감과 더불어 거대함을 나타내는 것 같다. 이름 ‘빅 원’처럼. 어느 날 사장은 마케팅팀장 돈을 불러 햄버거 패티에서 대장균이 검출 되었다며 진상조사를 지시한다. (한마디로 쇠고기에 소똥이 들어가 있다는 말이 되겠다.) 충직한 셀러리 맨으로 보이는 돈은 소가 있는 목장을 향해 비행기를 탄다.

두 번째는 첫 번째 세상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 나온다. 돈을 벌기위해 목숨 걸고 국경을 넘는 멕시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당연하다는 듯 국경을 넘는 도중 사막에서 목숨을 잃는 이가 있고 슬퍼할 여유 따위 없다. 그런 여유는 이들에게 사치일 뿐이다. 짐승처럼 웅크리며 실려가 다시 목장에 딸린 소 도축 공장에 선발되어 가는 노동자들. 선발(?)의 권력을 자의 음흉한 시선은 여성에게 머물고 이는 일상적인 성상납으로 이어진다. 하루도 견디기 힘든 냄새나고 끔찍한 도축장(그 곳이 ‘빅 원’의 패티가 생산되는 공장이다.)에서 많은 고국의 노동자들의 손발이 잘려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얼핏 보이는 자동화되고 세련된 기계에 매료되는 그들은 그저 하루 8달러가 자랑스럽다. 이 회색의 삶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암담함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은 ‘빅 원’을 파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한 고등학생 앰버. 맥도널드를 연상케 하는 노란색 가운을 상큼하게 입고 있다. 시급이 적다며 투덜거리고, 맘에 안 드는 손님 버거에 침을 뱉으며, 땅에 떨어진 패티를 손님에게 주는 친구와는 달리 엠버는 성실하고(문제의식 없이) 밝게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나키스트로 느껴지는 외삼촌 피트는 막연하게 느꼈던 어떤 문제의식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앰버는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환경운동 동아리에 들어가 목장(공장형)의 소들을 풀어주는 나름 과격한 투쟁(?)을 제안하고 실행하게 되는데 정작 소들은 도망가지 않는다. ‘두려웠던 것 같아.’라는 엠버의 말은 우리에게 유효한지도 모르겠다. 더 좋은 세상을 향해 발을 디디지 못하는 두려움...

돈이 가서 본 공장은 깨끗하고 위생적이다. 어느 곳에서도 대장균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오래된 목장의 주인은 공장에서 보여주고 싶은 곳만 보고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며 다시 만날 사람을 소개한다.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헐값(?)으로 정교한 작업에 배치하고, 너무 빨리 돌아가는 기계, 그리고 끔찍한 도살의 현장, 기계의 회전 속도를 늦추는 순간 줄어드는 수입, 엮인 떳떳하지 않은 관계와 비리(?), 멕시코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압박. 거대한 시스템에서 책임 질 자신이 없는 돈의 선택은 눈 감는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와 가족들이 햄버거를 먹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계속 기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헐값의 노동자들은 기계에 손이 잘리고 발이 잘리고, 동료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고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자본의 능숙(?)함으로 의료의 혜택은 받지 못할 것이며 부당함을 알고 분노하지만 성상납을 통해 직장을 얻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잠시 눈물 한 방울 정도는 흘릴 수도 있다. 더 이상은 역시나 사치이기 때문에 그만.

한꺼번에 많은 이야기를 하려 한 영화 때문에 주제가 흐려지고 지루할 수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나에겐 덤덤해서 소름 끼치는게 깔끔하고 매력 적이었다. 감정의 오버를 허락하지 않는 까칠함.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라고 한다. 촛불 집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을 비난하는 글을 읽으며 소름이 끼쳤었다. 광우병이든, 똥이 들어간 패티든, 유전자조작식품이든 눈에 보이는 먹을거리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그 이면을 보는 감수성을 기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패스트푸드’에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더 강하게 다룬 감독에게 박수를!

/ 강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