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참터 창립 5주년을 맞이하여, 7월 25일 토요일 늦은 2시부터 충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소강당에서 초청강연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올해에는 과학기술의 영역을 살짝 빗겨나 참터가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영역인 지역과 공공성의 문제를 화두로 내걸고, 최근 새롭게 사회적 이슈로 드러나고 있는 중앙과 지역 간의 상충의 문제와 경제 및 공공성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강연회의 기획과 추진 단계부터 타 시민단체들과 함께 논의를 진행하여 공동행사 형태로 추진하는 방안을 사전에 검토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참터의 자체적 강연회 진행 스타일과 강연자 섭외 상황에 따라 강연의 주제나 구성이 변동될 수 있다는 점 등 공동기획이 적합하지 않은 상황들과 행사 준비 여건을 고려하여, 자체적 기획을 거쳐 타 단체에 공동주최 또는 참여를 요청하는 형태로 추진 방식이 변경되었습니다.

강연 주제 및 내용과 행사 참여 제안에 대한 여러 단체들의 관심과 호의에도 불구하고, 당일 강연회 참석자 수는 오히려 장소 변경과 폭우의 상황에서 개최된 지난해 강연회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었습니다. 참여를 약속했던 노동계의 쌍용차 사태 집중 상황과 지역 사회단체들의 미디어법 관련 촛불집회 주최 등 불가피한 여건을 고려하더라도, 강연 장소와 강연자 마주하기가 민망한 상황에서 행사의 의미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기도 하였습니다.

강연 참석자 상황을 고려하여 20여분 지체되어 시작된 강연회는 “거친 시대, 시민들의 새 길 찾기 ― 지역정치, 공공성, 경제, 그리고 우리의 삶”이란 타이틀 아래 세 분의 강연자들을 모시고 진행되었습니다. 첫 강연을 맡으신 하승수 선생님(제주대 법학부 교수)은 “지역에서 희망 찾기”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풀뿌리민주주의가 아닌 ‘풀뿌리보수주의’로 드러나고 있는 지방자치의 현실을 말씀하셨고, 이러한 현실 개선을 위해 제도와 지역정치, 시민역량의 3가지 영역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정리해 주셨습니다. 이어진 오건호 선생님(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의 “시장만능주의 시대, 사회공공성 운동의 의의와 과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여러 영역에서 구체적 현실 맥락들로부터 공공성의 개념이 형성되어 온 배경을 설명하신 후, 공공성 개념에 대한 노동운동 영역별 내용 구체화와 더불어 성공 모델의 구축이 시급함을 역설하셨습니다. 마지막 강연은 이종태 선생님(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금융세계화 10년 평가와 이후 전망”의 순서로 이어졌으며, 이 강연에서는 최근의 금융위기로 드러난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의 문제와 함께, 근원적인 해결책 모색이 아닌 미봉책을 통한 단기적 경제 부양 방안에 매달리는 미국과 한국의 현실 상황을 짚어 주셨습니다.

적은 참석자에도 불구하고 강연 후에 이어진 질의와 토론은 늦은 시간까지 밀도 높게 진행되었습니다. 지역정치와 관련해서는 MB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개편이 갖는 의미와 지방자치에 미치는 영향,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둔 변화와 협력의 필요성 등의 얘기들이 이어졌고, 경제와 관련해서는 금산분리 완화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와 현재의 세계적 신자유주의 체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들이 오갔습니다. 공공성의 영역에서는 공공부문 노동현장의 자체적 혁신 노력 필요성과 공공부문 노동자와 소비자 사이의 입장 및 인식 차이, 그리고 이를 극복한 통합 노력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주제들에 걸쳐, 거시적 이슈와 생활 영역의 문제들 사이의 연결 고리 형성과 함께 독자적 영역 활동을 넘어서 공유·협력을 위한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였고, 특히 노동운동 영역에서 여타 지역 및 시민사회 운동 영역에 대한 참여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참석자들 모두가 공감하면서 긴 시간 계속된 강연회와 토론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어진 강연자분들과의 식사 및 자체 뒷풀이 자리에서도 밀도 높은 논의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음은 물론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