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평등한 학교 급식을 위하여

신현숙(iCOOP대전생협)

급식 현장에서

지금 군대 가있는 큰애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학교 급식이 시작 되었다. 도시락 싸야하는 번거로운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내심 좋아했지, 급식의 질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도 했고 별 관심이 없었다. 학교급식에 대한 나름 성의 표현으로 하루 동안 조리실 보조를 한 기억이 난다. (직장을 다니는 등 사정이 있는 어머니들은 조리사의 하루 급여에 해당되는 돈을 학교에 납부하는 것으로 조리실 당번을 대신했다.) 조리실 하루 봉사는 조리사가 반찬 만드는 것 도와주는 일을 시작으로 조리가 완성되면 배식할 수 있도록 진열하고 급식이 끝난 후에는 설거지 기계에 식판 하나 하나 넣은 다음, 설거지가 끝난 식판을 소독기에 넣고, 조리실 청소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신속하게 단계, 단계 일을 처리해야 하므로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학교 급식실의 조리사 수는 학생 수에 비례하여 적정 인원이 정해져 있어서 대부분 학교에서는 기준에 맞추지만 최소 인원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리사의 업무 과다로 대부분 학교에서는 조리하기 편한 식품을 선호 한다. 돈까스(포크 커틀릿)는 손으로 만들기보다 냉동 가공된 돈까스를 튀겨서 내고, 짬뽕 국물은 인스턴트 스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냉동 가공 식품은 원재료의 신선도를 알 수 없으며 맛을 내기 위해 많은 첨가물을 사용한다. 그리고 짬봉 국물 스프는 온갖 합성 첨가물의 향연장인 라면 스프와 다를 바 없다.

지난 겨울 어느 유명한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유치원 원장님은 모범적으로 친환경 급식을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그 학부모가 식단표를 봤을 때 믿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그 어머니는 원장님과 통화하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했지만 원장님은 대답은 하지 않고 월권행위라면서 화를 내시더라고 답답해했다. 결국 그 유치원을 방문해서 급식 내용에 대해 상세 질문을 해보니 유정란, 친환경 잡곡 일부 친환경 식자재를 사용하고, 직거래로 친환경 귤을 구매해서 배식하지만 육류는 무항생제가 아닌 일반 육류를 식자재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양념류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말씀을 못하셨다. 직거래를 통해 구매하고 있다는 간단한 설명을 하셨다. 나이가 어릴수록 항생제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많으므로 무항생제 육류를 먹어야 하는 것이 친환경 급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학부모들이 친환경 급식을 잘하고 있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그 유치원은 단순히 친환경 농산물 몇 가지만 제공하면 된다는 일반적인 친환경 급식 통념을 따르고 있었다.

유성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다른 초등학교와 100원 밖에 차이나지 않은 급식비와 대전시와 유성구청에서 지원하는 1끼당 200원 정도의 우수 농산물 지원금으로 친환경 급식을 잘 실시하고 있다. 무항생제 닭고기와 돼지고기, 각종 친환경 채소와 과일을 배식하며 우리밀 고추장, 우리콩 간장, 현미유 등 기본 양념도 화학 첨가물과 GMO에 안전한 식자재를 쓰고 있다. 그러나 예산상의 이유로 쌀은 정부미, 쇠고기는 한우로 만족하고 있다. 이 분은 친환경 급식에 대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7년 전부터 학교 식단에서 화학 조미료를 뺐고(그후 학교 급식에서는 화학 조미료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불과 3 년 전만해도 납품 받는 김치에는 MSG가 들어가 있었다.), 우리밀과 유정란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 급식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지금은 90% 정도를 친환경 식자재로 사용하고 있다. 맛있고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으니 아이들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처음 유정란을 배식하기로 결정할 때 ‘가정에서 먹지도 않은데 굳이 학교에서 먹여야 할까?’라는 갈등도 있었지만 ‘집에서 먹지 못하니 학교에서 만이라도 좋은 것을 먹이자.’는 사랑의 마음으로 유정란 배식을 실시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교사의 의지로 건강한 급식을 만들고 있는 보기 드문 경우라 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이런 분들이 예전보다는 더 많아 졌기는 하지만...

친환경 무상 급식

건강하고 평등한 학교 급식, 당연히 보편복지 대상이 되어야할 성장기의 아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의 확보를 위한 조건 중의 하나인 친환경 무상급식이 6.2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편 선관위에서는 친환경 무상급식 거리 서명운동이 불법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석까지 내렸다.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이슈가 아니다. 2002년부터 학교급식 지원 조례 운동이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 방식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꾸준히 진행되었고 현재 진행 중인 운동이다. 전국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영리가 목적인 위탁 급식을 직영 급식으로 바꾸었고, 지자체의 급식비 일부 지원으로 부분적으로 친환경 급식을 실시하였으며 이제 운동의 종점이라고 할 수 있는 친환경 무상 급식에 대한 국민의 염원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마다 다양한 편차가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아직도 중·고등학교는 위탁급식으로 급식이 먹거리 장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경기도와 서울지역, 아이들의 건강과 지역 친환경 농업육성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초· 중·고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전북(전주시 제외)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 국민이 단체 급식을 통해 하루 한 끼 또는 두 끼의 식사를 해결하는 기간은 보육시설부터 직장까지 생애의 3분의 2는 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유치원, 어린이 집부터 고등학교까지 짧게는 12년 길게는 15년으로 성장기의 건강 뿐 만 아니라 어른이 되었을 때의 건강에 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긴 기간이다. 이제 단체 급식의 질이 국민의 건강을 좌우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건강하고 평등한 학교 급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생활 정치의 영역으로 뛰어든 급식 활동가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야 하며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급식 현장의 세심한 노력도 같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