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를 옮기니…

김민수 (운영위원장)

지난 해 11월, 6년간의 한빛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유성IC 넘어 천양원 인근 장대동 주택가 개량형 한옥으로 이사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마당 있는 집에서 개 키우며 살면 좋겠다던 아이들 욕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서였지만, 정작 더 크게 바뀐 건 아이들 삶이 아니더군요. 몇몇 집들을 구경하면서 이사를 생각하며 오락가락 하던 마음이, 이 집을 보고서는, 또 그 곳에서 살던 사람들을 만나고서는, 먼저 마음부터 이 집에 와 머물기 시작했던 듯합니다.

도심에서 거의 벗어나지도 않은 곳. 출퇴근 거리도 예전과 비슷하고, 골목길 나서면 지하철역과 유성시장이 지근거리에서 눈에 들어올 뿐 아니라, 참터 사무실은 물론 노은/어은/신성 등 유성 어느 지역이든, 거기에 더해 수통골이나 동학사까지도 10분 이내면 도달할 수 있는 위치…. 마치 기대하지도 못했던 마법의 환경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사람이 환경을 지배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이긴 하나, 역으로 환경의 영향에 민감한 존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저의 성향 탓도 있을 테지만, 그 자체로 수천 세대에 이르는 큰 마을이던 아파트 단지 안에 살던 시절엔,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서는 것조차 결단이 필요한 외출의 의미로 다가서곤 했더랬지요. 그런데 담도 없이 건너편 산이 곧바로 바라다 보이는 주택에서 지내다 보니, 마음의 벽도 함께 사라지는 걸까요, 그게 아니면 거리 감각이 둔해진 걸까요?^^ 비슷한 모양으로 나란히 자리 잡고 앉은 옆집과의 교류는 기본이고, 유성 일대와 동학사 등도 곧바로 나서기에 별 부담 없는 한 마을로 다가서고, 대전 시내 나서야 할 상황도 한결 마음 가볍게 느껴져, 단지 외출이 아닌 왕래의 범위도 더욱 넓어지고 마음도 더 크게 열리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