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참터 창립 6주년을 맞았습니다. 몇 년째 개최해 온 창립기념 강연회를 생략하고 올해는 조용히 그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른 활동은 못해도 창립일 즈음에는 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회원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소수만의 행사를 꾸려내려는 노력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던 탓입니다.
물론 과거의 강연회가 별 의미 없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후로도 그런 구성의 프로그램을 잘 꾸려 보고픈 마음도 큽니다. 다만 성급하고 싶지 않았고, 시기에 억지로 맞춘 행사보다 회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기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입니다.
그 시기 즈음에 전면적 기획 행사가 없었다고 참터가 넋 놓고 시간을 보냈던 것은 아닙니다. 7월 중에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함께 진행한 ‘시민참여형 기술영향평가’는 참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고, 창립기념행사에 못지않은, 아니 더욱 강렬한 의미 부여의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총회를 거치면서 회원님들의 기대 혹은 기다림과 참터가 보낸 시간의 틈바구니 속에서 저 나름의 절박함을 가슴에 품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참터가 보내 온 6년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갖게 됩니다.
변화라고 하는 것이 단지 양의 문제는 아니더군요, 생각의 문제도 아니더군요. 많은 것을 쌓으려 노력하고 몇 번이고 생각을 뒤집어 봐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란 것이 있는 법이더군요. 그러나 그런 노력이 결코 무의미한 것도 아니더군요. 우리 자신의 미약함을 아쉬워하며 몇 번을 반성하고 개선책을 모색해 봐도 결국 그 자리 같아 보이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인분이 삭지 않으면 거름이 될 수 없고, 매미가 기나긴 유충 기간을 거치지 않고서는 성충이 될 수 없듯이, 남들이 하지 않는 일, 거기에 사실은 우리들 자신조차도 잘 모르던 일을 한다는 것이 결국 ‘숙성의 시간’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이제야 새삼 깨닫게 됩니다. 관념 속에 존재하던 ‘양질 전환의 원리’가 이제서야 감각의 영역으로 다가서는 듯합니다.

그 원인이 우리 노력의 결실이었든, 단순히 우연한 기회에 발생한 외부인의 인지의 결과였든, 참터의 문을 두드리는 외부의 요청들이 지난해부터 간혹 발생하고 있습니다. 넘어서지 못할 것 같던 한계의 장벽이 어느새 바짝 우리 눈높이로 내려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 내부는 전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는데, 어떤 변화가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스치더군요.
그 질문에 대답을 찾은 것은 비교적 최근입니다. 각자의 본업과 가정적 여건에 묶여 자신의 시간을 전적으로 참터에 쏟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저마다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조금씩 쪼개어 활동을 만들어 온 시간들…. 그 시간이 지금껏 기존의 외부 상황에 표 나지도 않는 무언가를 단지 조금씩 보태고 있을 뿐인 시간으로 보였으나, 이제 되돌아보니 남들이 신경 쓰지 않던 새로운 차원의 축으로 쌓아온 노력의 시간이란 걸, 그 새로운 축이 일상의 축과 씨줄/날줄로 엇갈려 새로운 면을 만들어 내는 곱셈을 위한 시간이었단 걸, 이제야 파악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다시 의미부여 하건대, 융합과 통섭이 화두인 시대 속에서 참터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덧셈을 넘어선 곱셈의 새 영역을 만들기 위해 남들보다 일찍부터 여러 형태의 실천적 시도를 해왔던 셈입니다. 지금껏 잘 드러나지 않는 성과들로 스스로 위축된 적도 많았지만, 국내에서 이런 영역의 활동과 관련하여 참터를 앞질러 나서고 있는 집단이 없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외부에서 참터를 찾게 만드는 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동안 참터 내 전문가 회원들의 참여와 관련하여 많은 아쉬움을 품어왔었습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분명 참터 집행단위의 자신감 부족과 소극적 태도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곱셈의 패러다임’ 속에서 우리 전문가 회원분들께도 보다 자신 있게 접근해 가야 하겠습니다. 덧셈이 아닌 곱셈의 관점에서 보자면, 전문가들의 작은 도움조차도 큰 변화의 씨앗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을 넘어서, 전문가들이 제시해 주는 색다른 관점이 결국은 다양한 문제의 해결에 보다 근원적이고 핵심적인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3월 총회를 거친 이후, 집행위와 운영위 단위에서 계속 새로운 꿈틀거림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가다듬고 비축하고 또한 펼쳐내는 시간들을 만들면서, 회원 여러분들께 다가가는 시간도 마련해 보고자 합니다.

갑작스런 빗자락이 간혹 주위를 식혀주곤 하지만, 더위는 한동안 더 지속될 것 같다고 합니다. 남은 더위 건강하게 잘 이겨 내시고, 항상 행복하고 기운 찬 삶 영위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시민참여연구센터 운영위원장 김민수 올림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과학기술을 기획하고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제도와 조직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본질적으로 과학기술을 포함한 지식의 생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불확실성과 무작위성을 갖고 있기에 파이어아벤트가 지적한 것처럼 무정부적인 속성을 본래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1.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2. 현재까지 알고 있는 지식 수준에서 문제가 풀릴 수 있는 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
3. 문제가 어떻게 풀릴 수 있을 지 알지 못한다.
4.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어떤 지식이 유효하고 신뢰할만하며 그래서 활용될 수 있는 지를 알지 못한다.
5. 누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해 지식을 생산하는 메커니즘을 정형화하기 위한 시도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그렇기에 과학기술 공동체내의 개별적인 지식 생산자 (연구자)들 스스로에게 누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지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식화할 수 있는 지를 맡기는 분산적이고 자율적인 방법보다 성공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게 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산업화 단계로 완전하게 전환되는 세계2차 대전 이후로 국가와 과학기술 간의 관계에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오게 됩니다. 국가는 더 이상 과학기술 공동체에 연구개발을 맡겨두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조정하려는 입장을 취하게 됩니다. 발전국가 이외의 근대적 국가 체제를 겪어보지 못한 한국사회로서는 국가에 의해 강력하게 추진되는 연구개발은 당연한 반면 과학기술 공동체라는 개념은 그 자체가 생소합니다만, 새로운 산업에서의 기술 발전을 촉진시키고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학과 공공연구조직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추세가 시작된 것은 1980년대 이후부터입니다.

국가 R&D 체제에서 이러한 변화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세계화로 인해 격화된 자본 간의 경쟁 때문인데, 과학기술 예산을 증가시켜 투입하여 과학기술 지식은 비약적으로 확장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느리거나 제로인 경제성장이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 세계 각국이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경제학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취할 필요성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도 다른 경로이긴 합니다만 서구 사회와 유사한 지점에 도달해 있습니다. 한국의 과학기술은 개발도상국의 발전국가 패러다임에 의해 전적으로 정초되고 발전해왔습니다. 국가는 산업기술 발전과 경제성장을 목표로 전략적이고 적극적으로 공공부문 R&D에 개입해왔습니다. 당연히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액도 국가와 기업 부문에서 계속 증가해왔습니다. 한국사회의 산업화 수준이 세계 수준과 큰 격차가 있을 때까지는 국가에 의해 강력하게 추진되는 추격형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투자한 만큼 충분한 성과를 뽑아낸 셈입니다. 과학기술 관련해서 투자대비 성과가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추격형 전략의 경우에는 앞서 이야기한 지식 생산의 다섯 가지 불확실성과 무작위성이 모두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와 세계의 산업화 수준이 거의 동등해지는 시점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추격형 국가 R&D 전략의 효과와 효율이 낮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과학기술 예산 증액에 비해 그 성과가 이전과 같지 않아 졌습니다. 추격형 전략만으로는 지식 생산이 갖는 다섯 가지 불확실성과 무작위성에 대처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 시점이 바로 정부출연연구소에 PBS가 도입되기 시작하는 때이며 대학에서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응용연구나 기업형 연구과제가 늘어나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그 이후부터 국가 공공 R&D 부문인 정출연과 대학은 계속 구조조정, 모호한 임무지향성, 중복연구, 비효율적인 연구체계, 미비한 성과관리와 개인연구 평가제도 등의 비판에 시달리게 됩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출연 구조개편이 한 번씩 언론을 장식했던 이유도 그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변화를 가져오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계에 몸으로 느낄 만한 큰 타격이 없었던 것은 경제성장이 평균 5% 수준 이상으로 지속되어 오면서 국가 R&D 예산이 끊임없이 증액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조차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부터는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 되고 MB 정부가 들어서면서 발전국가 패러다임 하에서 방만해진 공공부문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가 공공 R&D 부문도 이제까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변화 (특히, 국가 R&D 예산 부문에서)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최근 과학기술계의 화두가 된, 민간위원회에서 정부에 제출한 “새로운 국가과학기술시스템 구축과 출연(연) 발전방안”은 이러한 복합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대증적이고 즉자적인 대응인 셈입니다. 이 민간위원회의 방안은 오히려 부작용을 양산시킬 가능성이 높은데, 보고서 어디에도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 수요의 문제와 지식 생산의 다섯 가지 불확실성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메커니즘을 포함하지 못하는 어떤 대책도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참터의 고민 역시 깊어가고 있습니다. 참여정부에서는 과학기술의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여러 가지 대안적인 제도나 조직이 조성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었습니다만,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MB 정부가 아니라 하더라도 기술영향평가나 과학상점과 같은 제도나 조직이 구성되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과학기술이 노동과 복지에 더욱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노동계급과 시민사회로부터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겠지만, 예산과 평가의 문제로 인해 공공 R&D 부문이 정부와 기업의 요구에만 반응할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1970년대 이후 활발했던 유럽의 과학상점 활동이 1990년대 이후 침체기에 들어간 것이 이러한 추세의 한 사례입니다.

참터에서 본격적으로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현실 인식과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국가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해야만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와 조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에서 국가 R&D 거버넌스, 평가시스템, 공공성, 대학과 정출연의 운영과 지배구조, 정보공개와 과학기술의 민주화, 기술영향평가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참터 내 정책모임과 정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 소개되는 자료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정출연 구조개편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작성된 것으로 거버넌스에 대한 사항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거버넌스가 워낙 여러 영역에 걸쳐 사용되고 있어 전체 보고서는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먼저 “거버넌스의 이해 (1)”을 실었습니다. “거버넌스의 이해”의 1부는 거버넌스의 정의, 거버넌스의 역사정 배경과 필요성, 국가 거버넌스 사례, 관련 자료 소개로 구성되어 있고, 2부는 거버넌스의 구체화, 현 단계 거버넌스 연구 동향, 공공 R&D 시스템과 거버넌스 라는 주제를 다루게 될 예정입니다.

“거버넌스의 이해”뿐 아니라 이후 뉴스레터를 통해 참터 정책모임과 정책위원회에서 생산되는 자료를 관심 있는 비전공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터가 지향하는 가치와 관점이 반영된 정책제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이는 정책제안 자체의 내용을 생산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참터 내의 의사결정과 컨센서스를 만드는 어려움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운영위원회에서는 비록 구체적인 정책제안까지 도달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중요한 정책적 이슈들을 확인하고 검토/분석하여 그 상세한 내역과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결론내리고 과학기술정책과 관련된 조사연구를 참터의 공식적인 주요 활동의 하나로 지정하였습니다. 관련해서 여러 회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광우병, 환경호르몬, GMO, MSG 등의 식품첨가물, 작업장에서의 백혈병, 중금속 오염, 전자파 위해성, 원자력 부지 선정, 신종인플루엔자나 조류독감, 항생제 내성, 전염병과 백신, 물 문제, 나노의 안전성, 기후변화, 환경규제, 식약청, 질병관리본부 등 식품안전, 환경보건, 에너지와 물, 노동안전과 관련된 문제들은 일반시민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사회적 이슈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혹은 전문가들과 시민사회 간에 찬반이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정치적 입장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해당 이슈에 대해 보도하거나 주장함으로써 더욱 더 문제의 본질과 핵심 사건들을 놓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실질적으로는 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정치사회적 사건에 묻혀서 잊혀지는 경우, 상호연관된 사건들이 놓쳐지는 경우, 동일한 사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반복되어 나타나는 경우 등도 있습니다. 참터는 이러한 다양한 과학기술 관련 이슈에 대해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여 신뢰할 만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인터넷의 지식공유시스템인 위키피디아를 활용해서 구성하고자 합니다. 참터에서 심층조사분석 대상으로 선정한 중요 과학기술 이슈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식품안전 - 유전자조작, 광우병, 항생제남용, 환경호르몬, 식품첨가물 등
￮ 환경보건 - 아토피 등 환경성질환, 전자기파유해성, 유해물질, 중금속오염, 약품안전, 나노안전성 등
￮ 에너지와 물 -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재생/대체에너지, 생태도시 사례, 물관리, 상수도 등
￮ 노동안전 - 산업보건, 작업장 유해물질, 과로사, 실험실안전 등
￮ 기타 - 관련 주요 공공기관, 정책, 제도 등

참터는 위의 이슈들을 포함하는 사회적 이슈가 된 과학기술 관련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활동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1. 과학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해당 문제가 발생한 맥락과 역사, 관련 제도와 조직적 체계, 주요 기술적 사항, 광범위한 사례분석, 영향평가와 효과분석 등을 수행한다.
2. 이익집단화되어 있는 전문가들의 관점이 아닌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심층 조사분석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다.
3. 위키피디아를 통해 조사분석결과를 정리하여 공개함으로써 시민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지속적인 자료 축적과 추적이 가능하도록 한다.

참터의 첫 번째 조사분석 대상은 ‘물’입니다. 4대강에서부터 시작해서 국지성 폭우나 가뭄으로 인한 재해, 상수도 민영화, 물부족 문제, 수질 오염, 해양 오염, 하천 관리 등 많은 이슈들이 ‘물’이라는 키워드와 관련이 있습니다. 2010년도 3/4분기 동안 오영교 회원이 자원활동을 통해 정리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였습니다. 각 주제별로 전문가와 관련 분야 대학(원)생들의 참여를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종합/정리하여 공개할 계획입니다.

강경숙 작성, 김민수 보완

지난 7월 둘째, 셋째 주말에 참터로서는 처음으로 참여하는 기술영향평가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KAIST를 졸업하고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근무하시는 한민규 박사가 시민참여형 기술영향평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아무래도 학교생활을 오래한 대전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참터 회원들과의 인연도 많아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대전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한민규 박사는 5월 말쯤 참터에 연락하여 기술영향평가 참여를 제안해 왔습니다. 제안 범위는 ‘방사선 조사 식품’을 주제로 하는 시민참여형 기술영향평가의 수행을 위한 시민패널 모집과 진행 지원 요청이었습니다. 수도권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시민참여형 기술영향평가라는 점, 과학기술도시라고 하는 대전에서 과학기술 관련 시민참여 활동의 경험을 지역 사회에 공유 및 확산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 그리고 대전지역 시민단체들과의 연대활동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여러 모로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여, 참터 집행위의 결정과 운영위의 추인을 거쳐 참터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사전 기획단계에서는 참터의 김민수 운영위원장이 한민규 박사와 만나, 시민패널 참여 프로그램의 운영과 구성, 전문가 발표 주제 추천 등 전반적 흐름에 대한 보완 의견을 제시하고, 별도로 진행되는 전문가 기술영향평가와의 피드백 방안 강구를 요청하는 등의 실질적 협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시민패널 모집과 관련해서는, 식품/보건/시민참여 측면의 대전지역 유관 시민단체(한밭생협, 대전생협, 한살림대전생협, 민들레의료생협,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시민아카데미, 대전참여자치)에 시민패널 추천을 요청하고 참터 회원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시민패널을 모집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확정된 12명의 시민패널은 참터를 비롯하여 한살림, 민들레, 시민아카데미, 참여자치 회원들과, 그 외 추천으로 충남대 사회학과 학생들의 참여로 구성되었습니다.

전문가 발표 중심으로 진행된 첫째 주의 일정에는 방사선 조사 식품과 관련한 정보 공유와 토론의 활성화를 위해 각 시민사회단체 실무 활동가들의 참관을 제안하였으나, 실무자가 패널로 참여한 시민아카데미와 참여자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각 단체들의 녹녹치 않은 일정 탓으로 참석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방사선조사 관련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원자력연구원 연구자들과 방사선조사 업체 담당자가 프로그램에 참관하였다가, 둘째 날 늦은 시간부터 진행된 집중토론 시간에는 주최측의 요청에 따라 행사에서 철수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둘째 주의 토론 사회는 김영화씨(대전시민아카데미 사무국장, 참터회원)가 고생해 주셨는데 매끄럽고 단호한 진행이 돋보였습니다. 진행하는 내내 시민패널들의 요구에 KISTEP의 스탭들이 즉각 반응을 보이시는 민첩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방사선 조사 식품’을 주제로 한 이번 기술영향 평가의 진행 순서는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추후에 참터와 KISTEP측이 공동으로 기술영향평가에 대한 평가 회의를 가질 예정이며, 이와 관련한 소식은 다음 소식에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경숙

말로만 듣던 시민참여형 기술영향평가에 참터 쪽 준비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일은 패널들을 섭외하고 기타 진행을 함께하는 일이었습니다. 주제가 ‘방사선 식품 조사’라는 걸 알았을 때 좀 낯설었습니다. 그리고 식품, 또 원자력과 관련된 일인지라 먹거리 생협이나 환경단체에서 관심을 가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각 단체의 일정들이 만만치 않았고 휴가철에 2주간이나 주말을 몽땅 반납해야 한다는 점에서 패널 섭외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더구나 주최측에서 약간 포기했다고는 하지만 성별, 연령별을 고려하지 않는 패널 구성은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무조건의 신청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대체로 성별, 연령별이 맞아 떨어져 버렸습니다. 총 12명의 패널 중에서 남성 대학생 패널이 4명이나 된다는 것을 제외하고 그랬습니다. 결국 양해를 구한 후에 2명의 대학생 대신 다른 분들을 추천 받아 패널들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첫날은 패널들이 너무 시간을 잘 지켜 주셨습니다. 모르는 두 분이 참관하고 계셔 어찌 오셨나 물으니 원자력연구원, 방사선 조사업체에서 오셨더군요. 처음에는 관련 시민단체가 아닐까 기대했다가 긴장도 하게 되었습니다. 방사선 조사 관련 사업이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아 연구를 하였으나 실제 사람들의 거부반응 때문에 현실적으로 많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기술이었고, 관련 당사자들로서는 어떻게든 사업이 확장되길 바라기 때문에 참석한 것 같았습니다.

첫 날의 강의가 시작 되었을 때 몇몇 강사들의 자료는 부실했고, 방사선 관련자들이 소수이거나 혹은 그들의 네트워킹이 너무 잘 되어 있는지 강연 자료들이 많이 겹쳤습니다. 같은 그림을 서너 번 본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기술의 폭이 좁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사들의 논리가 왜소하면서도 고집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좋은 기술을 알지 못하는 당신들’이라고 호통 치는 듯한 강사, 무농약 구멍 난 쓰레기 같은 채소보다는 농약 친 보기 좋은 채소가 좋다는 논리를 너무 자신 있게 펼치는 식약청 관계자. 과학기술자들이 고쳐야 할 습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경우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둘째 날은 실망시키지 않고(?) 지각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고, 첫날과 같은 패턴으로 시작 되었는데 첫날 내용에 대해 어려워하던 분들이 반복학습의 효과 덕분인지 기술에 대한 내용을 인지하기 시작하셨습니다. 패널 섭외할 때 이공계를 배제하다보니 주로 인문계열 전공자들이었습니다. 첫날의 구성이 불만이라고 하셨던 분들도 “이렇게 진행하는 것도 괜찮네.”라고 해주셨습니다. 소비자안전본부의 강의가 있을 때 방사선 조사업체 관계자가 한숨을 팍팍 쉬는 바람에 심리적으로 불편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주 쉰 후의 주말에는 주로 소그룹 토론이 이어졌는데, 호흡이 잘 맞는 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하는 ‘숙의 민주주의’조, 웃어 가면서 하는 ‘자유 민주주의’조, 그리고 ‘비판적 민주주의’조. 이는 뒤에서 참관하던 사람들이 붙인 각 조의 별명입니다. 일단 토론 내용을 양으로 승부하는 조도 있었고, 깔끔하게 내부에서 정리한 후에 내어오는 조도 있었습니다. 의견을 물었을 때 대체로 토론을 즐기시는 것 같았습니다. 기술 자체가 당연히 식품과 관련이 깊었기 때문에 관심이 많이 갈 수밖에 없기도 했고, 과학기술에 대해 시민의 입장에서 의견을 내본 적이 없었던 지라 여러모로 좋은 기회로 받아들이셨습니다.

마지막 정리를 할 때 대체적인 의견은 방사선 조사를 식품에 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이 강했습니다. 기술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즉 기술 자체를 부정한다기 보다는 아직은 확실하게 검증되지는 않았다는 것, 또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의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원하지도 않는 기술에 결국 소비자들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 거대 식품생산국들의 이익을 위한 기술일 수 있다는 것, 20%의 식료품들이 유통과정에서 썩어 나간다는데 그 대책은 다른 측면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 즉 로컬 푸드를 통해 유통 거리를 짧게 하거나 빠른 순환을 유도하는 대책 마련 등등…, 많은 의견들이 제기되었습니다.

또 하나 의문이기도 했던 점은, 시민참여형 기술영향평가에서 내릴 수 있는 “시민에 대한 정의가 뭘까?”라는 점이었습니다. 패널 중에 누군가가 “전문가가 누구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같은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처음 섭외를 할 때 철저히 시민단체 활동가는 제외시켰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지역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몇 분 들어갔습니다. 정작 그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점입니다. 과학자들의 논리 앞에 섰을 때 훈련받은 시민들이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시민이라 함은 즉 시민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역시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고, 그래야 소비자로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민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내가 시민이기 위해서도 공부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참관 위주로 참여한 행사였지만 매우 유익한 경험이었으며, 참터에서 지역 주민들과 자주 이러한 기회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역 의제에 바탕한 ‘시민참여형 기술영향평가’를 참터는 정기적으로 실시하라!”

1. 시민평가 활동 개요
 ◦ 주제 : 방사선 조사 식품
 ◦ 일정 : 7월 10일(토), 11일(일), 17일(토), 18일(일)
 ◦ 장소 : 유성 홍인호텔
 ◦ 시민패널 참여자 : 대전지역 시민사회 단체에서 추천한 일반시민 12명

2. 참여 배경
 ◦ 5월 28일, KISTEP 한민규 박사 기술영향평가에 참터 참여 제안
   - 시민참여형 기술영향평가 수행을 위한 시민 패널 모집 및 행사 진행 지원 요청
 ◦ 참여 의의
   - 수도권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시민참여형 기술영향평가
   - 대전지역 과학기술 관련 시민참여 활동의 경험을 지역 사회에 공유 및 확산
   - 대전지역 시민단체들과의 연대활동 계기 마련

3. 참여 내용
 ◦ 일정 및 프로그램 구성, 시민패널 구성 방안, 운영 및 피드백 방식 등 사전 협의 (김민수, 박미앙)
 ◦ 행사 준비 및 진행 지원 (강경숙), 프로그램 모니터링 및 기타 지원 (노현승, 김민수)
 ◦ 식품, 보건, 시민참여 측면의 유관 시민단체에 요청하여 시민패널 추천 (강경숙, 김민수)

4. 평가
 ◦ 활동 준비 단계
   - 직접 관련 없는 분야의 과학기술계 전공자도 배제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과도한 제한 기준일 수 있다는 부분에 KISTEP 담당자도 수긍
   - 시민단체 참여요청은 참터 활동을 알리는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 유발
   - KISTEP 입장 고려했을 때, 몇몇 시민단체 실무자들의 시민패널 참여 상황에 다소 우려
     실제 내용 측면에서 큰 무리 있었을까?
   - 사전 배표자료 내용이 너무 간단
     역사 등 사전 지식 배포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주최측의 중립적 입장 견지 노력 측면도 존재

 ◦ 프로그램 내용 및 구성
   - 시민들에게 더 밀접하게 다가설 수 있는 주제도 많았을 텐데…
     아쉬울 수는 있으나 이번에 선정된 주제 자체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듯
   - 시민(소비자)과 전문가 입장이 빤히 대립할 수밖에 없는 기본 구도가 주제에서부터 이미 전제되던 상황
   - 내용적 측면에서 사전에 제안했던 내용들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부족했던 부분은 국내 현실적 여건 속에서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상당 부분 있었을 듯
   - 조별작업 방식이 서로에 대한 유대감 제공 / 기존 참터 활동은 다소 일방적인 구조
   - 조별작업 상황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열심히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자연스럽게 발생

 ◦ 전문가 발표
   - 소비자 입장 대변하는 목소리 부족
     연구그룹과 의견그룹 협소한 해당 분야의 현실적 상황 반영인 듯
   - ‘시민’ =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 ??
     식약청 전문가 발표 자세를 보고, 오히려 시민들의 수준 있는 역량 필요성 자각
   - 이해도 제고를 위해 관련 기술개발 역사 등의 교육이 전반부에 배치되었으면…
   - ‘방사선 조사 식품 검사방법’에 대한 발표가 너무 일찍 배치되어,
     대응기술 측면의 의미 파악 노력이 미흡할 수 밖에 없었던 한계 야기
   - 전문가 일정 조율 어려움 탓도 있었겠지만 발표 일정 배치에서 간과한 부분 있었던 듯
   - 강사들의 시민패널에 대한 예의 부족
     전문가 입장에서 가르치려는 듯한 모습
   - “시민들을 대하는 방법을 모른다!”
     오히려 관련 사전교육이 필요할 듯

 ◦ 시민패널 참여
   - 시민패널 역할에 대한 사전 인식 부족
     “상황을 잘 몰랐다.”
   - 사전에 공부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개별적 사전 이해 노력도 의미 있을 수 있으나, 필수적 측면 아닌 듯
   - 일반 시민 수준 넘어서는 성과 요구도 시민패널 내부에서 제기
   - 부분적으로 수당의 영향 있었을지 모르나,
     특정 사안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매우 긍정적
     빠른 일처리 방식도 적극적 활동에 많은 도움 제공
   - 과학기술 관련 이슈에 대한 시민패널들의 적극적 참여 모습이 매우 고무적
     “전문적 내용을 공유하면서 시민들의 입장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구나!”
   - 조별 분위기와 특성이 매우 상이
     다양성의 측면
   - “내가 뭔가 역할을 하고 있다!”, “나와 관련된 일에 내가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
   - “수당을 받았지만 그 이상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 번엔 무료로라도 하고 싶다!”
     의견 형성과 반영 과정 자체에서 의미 발견
   - 역동적 모습, 계기가 중요
     “우리가 지금까지 소심하게 접근해 왔구나!”

 ◦ 운영 및 지원 활동
   - Facilitator로서의 진행참여자 역할 모호 : 단순 모니터? 작업 진행상황 개입? 적절한 촉진 작용은 필요
     시민패널들이 놓치고 있는 관점 및 주제 제기는 필요하지 않을지?
   -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진행참여자에 대한 사전 교육도 필요
   - 시민단체로서 참터가 가질 수밖에 없는 기본적인 비판적 관점과 자세가 주최측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 프로그램 진행은 신속하고 효율적이었으며, 효과적 방법을 잘 적용한 듯

 ◦ 활동 종료 이후
   - 적극적인 참터 회원가입 유치 활동 부족
   - 지역사회에 도움 되도록 정리하지 못한 모습에 아쉬움
   - “전체 뒷풀이도 가능한 분위기였다!”
     생각 있었으나 진행참여자 입장에서 시민패널의 시간 부담 우려로 소극적으로 대응한 게 사실
   - 이후로도 연계 가능 할 듯
     이후 활동에서 지속적인 연계 방안 고려 필요
   - 전문가 평가 결과 도출 이후라도, 시민패널 재소집 및 전체 평가 시간 필요
     각자 회비를 내고서라도 내용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할 듯

 ◦ 참터 차원의 평가
   - 이후 학교급식과 식품안전 활동 참여 상황에서도 문제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 등 내용적으로 큰 도움
   - 진행 참여 및 모니터링 측면에서도 충분한 의미 있었던 활동
   - 효율적 방법론은 이후 다른 활동에서도 적용 가능
   -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활용
     조별 작업 통해 친근한 느낌 형성 가능
   - 대전지역 과학기술 관련 이슈 등의 사안에 대한 시민의견 도출 방안으로 활용 가능할 듯
   - 초, 중, 고등학생 참여 프로그램 등을 통한 활용 방안도 모색 가능
     강연, 독서 등을 결합시켜 고등학생 자원봉사 활동에도 적용 가능할 듯
   - 자체적 활동 결과는 시민과학, 뉴스레터 등을 통해 활용
   - 이슈에 대한 참터의 입장 또는 기사 준비 과정으로서도 활용
   - 창립기념행사 등의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방안 고려
   - 참여자들의 시간적 부담과 관련한 우려
     외부 프로젝트 통해 지원하면서, 참여 통해 내용 생산하는 방안도 고려 가능
   - 시민참여 활동의 의욕 고취가 가능한 방법론인 듯
   - 사안에 대한 관심 강화를 통해 활동가 육성 방식으로도 활용 가능하지 않을까?
   - “지금까지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을 섞지 못했다.”
   - 시민 참여 통한 대안 도출과정 자체가 시민민주주의 학습 과정
   - “그동안 활동 중 가장 참터스러운 활동!”
     “참터 왜 하는지 알게 됐다!”
     정체성 자각과 방향전환의 계기
     “우리 역량 계발의 기회로 활용하자!”

네트워크 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조항현 회원에게 고등과학연구원에 있다가 핀란드로 post-doc을 나가기 전에 특별히 요청을 해서 전공 분야와 연관된 주제에 대해 세 번 정도 분량으로 발제를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되어 참터 시민과학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이론/네트워크 이론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참터 내 회원들의 소모임 스터디로 시작되었으나 운영위원회의 요청에 의해 일반 회원 뿐 아니라 비회원에게까지 공개되는 강연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게임이론과 네트워크 이론은 최근 들어 여러 영역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지식이나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워서 일반 시민들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조차 접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참터에서는 사회적인 현상의 중요한 부분 (특히 협력과 자기조직화)이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이론으로서 게임이론과 네트워크 이론을 주목하고 있던 차에, 관련 분야 전공자인 조항현 회원과 연결이 되어 강연이 기획되었습니다.

참터는 사회적인 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사회물리학적 연구의 일반화를 찾고자 한 것이 아니라, 게임 모델과 네트워크 모델을 통해 사회적인 현상의 메커니즘과 속성을 탐구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네 가지 텍스트를 중심으로 진행된 세 번의 강연은 게임이론과 네트워크 이론의 주요 내용과 의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첫 번째 강연은 4월 22일 최정규 교수의 <이타적 인간의 출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기적인 개인들 간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죄수의 딜레마’ 혹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문제가 반복-상호성/혈연선택/유유상종 가설 등을 통해 재설정될 수 있고 협조 전략이 배반 전략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강연은 6월 26일에 로버트 악셀로드의 <협력의 진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텍스트는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을 토대로 저술된 저서로, 이후 게임이론 연구의 전환점을 이룬 것으로 평가될 뿐 아니라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세계의 지도자들을 한 방에 가두어 놓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풀어주어야 한다고했을 정도로 극찬했던 책입니다. 강연은 먼저 게임이론을 수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최정규 교수의 <게임이론과 진화 다이내믹스> 중 <제2부. 진화적 안정성 및 동학적 분석>, <제4부. 선택단위의 문제: 집단선택과 개체선택>을 검토하면서 진화적 안정성과 내쉬균형에 대한 개념을 확립하고, <협력의 진화>를 강연하였습니다. <협력의 진화>에서는 이기적인 개인들로 구성된 사회에서 어떻게 협력이 생성되고 확산되고 안정화될 수 있는 지, 협력적인 사회에 이기적인 개인들이 침입할 때에도 어떻게 협력적인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지, 그리고 자연생태계와 인간사회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개체 행동의 특성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협력의 진화>에서 결론으로 제시하는 협력을 위한 TFT (Tit for Tat) 전략은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세 번째 강연은 복잡계 이론과 네트워크 이론의 대가인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의 <링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좁은 세상 네트워크/클러스터링/허브와 커넥터/멱함수의 법칙/적합도/척도 없는 네트워크 등의 모델과 개념이 설명되었습니다. 웹2.0 이후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이름들이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가 않습니다. 이제 세계적으로는 Government 2.0 (정부 2.0)이 시작되고 있고 클라우드를 선점하기 위한 거대 IT 업체들 간의 big game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진보진영에서는 집단지성이라는 화두를 놓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네트워크"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링크>에서 제시한 네트워크 모델과 메커니즘, 속성 등은 자기조직화하는 네트워크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다음 단계는 게임이론과 네트워크 이론을 활용해서 현실 세계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거나 활용한 사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설계와 패턴 분석에 기반한 미래예측에 게임이론이나 네트워크 이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2009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의 연구결과와 미래예측가로 유명한 부에노 데 메스키타의 저서를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참터에서도 게임이론/네트워크 이론에 대한 2차 강연 혹은 공동 세미나로 계획 중에 있습니다.

김민수

사람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의 방식들
약 2천 3백년 전, 공자의 뒤를 이은 유학의 대표적 사상가들이라 할 맹자와 순자는 70년의 시간차를 두고서 사람의 본질에 대해 큰 의견 대립을 보이며 각자의 사상을 펼쳐낸 바 있다. 수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서도 많은 이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바로 그 대립의 주제는 바로 성선설과 성악설!

고교시절을 마무리할 무렵의 어느 시점엔가 내 머릿속에서 수도 없이 뒤집고 꼬아 보던 생각이 있었다. 성선설-성악설 대립의 변주곡이라 할 인간의 이기심과 이타심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타심은 과연 이기심과는 다른 종류의 심성일까, 그게 꼭 대립되는 관계일까 하며 이어지는 생각의 고리들.

역사 속에서 보자면, 물론 맹자와 순자 두 사람(혹은 두 학문 집단)의 관점 대립 이후 성무선악설이란 논쟁의 대립구도를 뛰어넘은 또 다른 답변이 제출된 적도 있긴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대립관계를 더욱 선명하게 뇌리 속에 아로새기는, 혹은 자극적이지 않고 편하게 머리 끄덕여지는 논리는 마치 내 생각인 양 손쉽게 드랙-앤-드롭해 버리는 사람들의 습성상, 대부분의 기억 속에 그리 또렷한 내용으로 남아있지는 않을 듯싶다. 굳이 덧붙이자면 나도 드랙-앤-드롭의 방법을 채택한 사람들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게임이론 세미나와 사회물리학
5월 22일과 6월 26일 두 번에 걸쳐 진행된 게임이론 세미나는 오래 전 묻어둔 생각들을 다시 한 번 끄집어내어 점검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재미 요소가 그 한 포인트에 불과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세미나에 한 번이라도 참석하셨던 분들은 다들 아실 테지만….
세미나 발표자는 KAIST에서 통계물리학을 공부하고 현재 서울에 소재한 KAIST 부설 고등과학원에서 사회물리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참터 회원 조항현 박사. 다음 달이면 내공을 더 쌓기 위해 핀란드로 떠날 예정이라는데, 뉴스레터를 통해 직접 인사하기는 민망하다는 얘기가 들려 여기서 슬쩍 가볍게 정보를 흘려둔다.
사회물리학은 다양한 사회적 현상과 특성들을 물리학, 그 중에서도 특히 통계물리학의 방법론을 적용하여 해석하고 이해하는 비교적 최근 부각되고 있는 물리학의 한 영역이다.

2번에 걸친 세미나는 공통적으로 “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운 2×2 행렬의 모양을 보수행렬(payoff matrix)이라는 이름으로 칠판에 그리면서 내용이 전개되었다. 게임이론에서 다루게 되는 보수행렬은, 개인적 기준에서는 상대를 배반하는 전략이 상대에게 협조하는 전략보다 더 큰 이익을 줄 수 있지만, 게임 참여자들의 이익의 총합은 서로가 협조하는 경우에 최대가 되는 모순 구조를 기본적 형태로 한다. (상세한 내용 파악을 위해서는 별도로 안내해 드리는 관련 서적과 발제를 위한 정리자료를 참조하시길….) 보수행렬의 특성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해석에 필요한 기초를 공유한 후에는, 여러 가지 조건을 도입하며 보수행렬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보수의 기대치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시간도 있었다. 발표자에겐 미안하지만, 참석자들 대부분에게 다소 따분하고 졸음 오는 시간이 흘렀다. 아, 참! 책에 있는 내용을 다시 한 번 시연한 것이긴 하지만, 첫 번째 세미나에서 보여준 그래픽화 된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내용과 결과는 흥미로웠다. 주변 사람들의 전략 선택에 따른 총보수의 결과를 평가하여 총보수의 기대치가 높은 방향으로 각자의 전략을 수정하는 결과가 전체적으로는 어떤 분포로 나타나는가를 보여준 것으로, 전략에 대한 직간접적 학습효과를 반영한 결과인 셈이다. 아마도 성선설-성악설-성무선악설에 대한 해석도 이 지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오르막은 힘들지만 내리막은 시원하고 즐거운 법이던가? 사회물리학 역시 물리학이다 보니 과정상의 이론적 접근은 별수 없이 감내해야 했지만, 나머지 시간에서 세미나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함께 인내해야 할 시간이었던가 보다. 이런저런 계산의 결과들이 사회적 맥락과 결부되는 이야기들 속에서는 모두의 눈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서로의 경험과 생각, 사회적 관계 또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비평 등이 엮여들기 시작했다. 수학적 계산이 직접적 삶의 영역으로 이어지고, 살면서 부딪혔던 사회적 문제들을 논리의 바탕에서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게 하는, 그런 것이 바로 사회물리학의 참맛이 아닐지? 삶으로부터 유리되지 않는 연구, 그것이 바로 참터가 지향하는 방향인데…. 세미나에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대체 나는 요즘 어떤 것들을 연구하며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언뜻 스치고 있었다.

의문, 담화, 그리고 사회적 해석
세미나 발표 도중 그리고 발표 이후에 다양한 주제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꽤 많이 오갔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지 않아도 기억력에 큰 결함이 있는 사람이 시간이 꽤 지난 후에 기억을 더듬다 보니 디테일을 상당 부분 놓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나름 기억을 되살려 가며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들을 위주로 오간 얘기의 맥락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보수행렬을 놓고 협조 혹은 이타적 전략을 선호하게 되는 조건을 수학적으로 짚어보던 과정에서, 전혀 다른 종류의 계산 상황들 속에서 공통적 기준으로 등장하게 되는 ‘비용/이득’의 상대적 비가 의미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나왔다. 이 질문은 곧 제도 혹은 법 준수에 대한 논의로 옮겨가, ‘비용/이득’의 관점에서 기득권층의 위법/탈법/편법에 관대한 경향을 보이는 한국의 특수성이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풍조를 확산시키는 것 같다는 이야기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나라마다 다른 ‘비용/이득’의 관계가 각 나라의 사회 문화를 반영하고 또한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로도 이어졌다.

현재에 대한 해석에서 나아가, 비용과 이득의 적절한 조정을 통해 배반 보다 협조 전략을 취할 경우 서로가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므로, 제도 설계 또는 개혁의 상황에서 이에 대한 감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발제와 토론을 넘나들며 오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구체적인 현실 상황과 결부되어, 직접적 상하 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와 같이 각자가 얻게 되는 이득과 비용에 차별이 발생하는 불평등 게임의 상황에서는 어떤 것이 실질적으로 바람직한 전략인가, 게임이론에서 제시하는 효과적 전략이 과연 현실적으로도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불평등과 모순의 극단적 상황에서 어떤 이들은 게임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나타난다는 이야기도 덧붙여졌다.

게임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경우 협력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설명에서는,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어온 한국의 상황에서는 상대를 밟고 올라선 이후에는 동일한 상대와의 반복적 게임 필요성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형성되고, 이러한 특성이 협조보다는 배반을 조장하는 문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해석이 나왔다. 그리고 이타적인 사람들이 많은 집단이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은 집단보다 집단 전체의 총보수가 높으므로 집단선택의 측면에서는 이타적 행위를 선호하게 된다는 대목에서는, 한국의 빠른 사회적 변화와 이로 인한 빠른 속도의 공동체 해체가 집단선택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대화가 꼬리를 물면서, 우리나라의 대통령 단임제가 근본적으로 반복적 게임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와 함께, 그러다 보니 현재와 같은 독특한 정권 특성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효과적인 조정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아가기도 했다. 선거를 통한 정당에 대한 평가는 그나마 반복적으로 발생되기는 하지만,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평가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그러한 측면에서 직접민주주의 요소의 강화 필요성과 시민단체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TIT FOR TAT 전략의 교훈
게임이론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난 전략으로 TFT(Tit For Tat)라는 전략이 있다. 흔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으로 정리되는데, 최초에 협조로 시작하며 두 번째부터는 바로 직전에 드러난 상대의 선택을 따라하는 전략이다.
기본적으로는 협조를 전제로 내세우며, 상대의 배반에 대해서는 즉각적 보복을 가하되, 더 큰 보복으로 맞서지는 않는 호혜적 전략이다. 비록 앞에서 의문이 제기된 불평등 게임에서는 활용이 쉽지 않은 전략이긴 하지만, 반복되는 게임의 상황에서 여타 다양한 전략들에 비해 안정적으로 높은 보수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판명된 전략이다. 상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원칙을 내세우며, 상대의 배반에는 즉각적 보복으로 대응함으로써 상대가 지속적 배반을 선택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인식시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동일한 상대와 펼치는 반복 게임에서는 결코 상대보다 더 높은 보수를 얻을 수 없는 전략이라고 한다. 다양한 전략을 갖고 있는 상대들과 반복 게임을 펼쳐 나가는 경우, 각 상대들과의 관계에서 협력 게임을 유도함으로써 총보수에 있어서 최고의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전략으로, 이를테면 “전투에서 지고도 전쟁에서는 이기는” 전략인 셈이다.
TFT에도 결점은 있다. 상대의 실수에 의한 의도되지 않은 배반과 오해는 TFT 전략을 선택한 서로간의 끝없는 보복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미나의 결론은 그렇게 내려진다. 상대의 성공을 질투하지 말라. 그 사람만이 당신의 게임 상대는 아닌 것이다. 먼저 배반하지 말되, 상대의 배반에는 즉각 대응하라. 상대가 배반이 좋은 전략이라고 판단할 여지를 줄 경우, 상대는 착취자로 변해 갈 것이다. 대립 상황에서 협조가 가능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은 양보하라.
“관대하되 지혜롭게 대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