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1세기 지구환경 10대논쟁
2. 뉴스메이커, 2006-04-17
3. 박병상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대표
4. 키워드
가이아, 환경문제, 과학의 진실성 문제, 유전자조작농산물, 식량위기, 바나나, 유전적 다양성, 유전자조작 옥수수, 농업, 녹색혁명, 기아, 인구 증가, 조류인플루엔자, 유기농업
5. 기사내용
가이아. 생명의 근원인 지구를 지칭하는 말이다. 가이아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이다. 크고 작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비롯해 바람, 토양, 물, 햇빛 등 자연의 근원을 어루만져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생명의 어머니인 지구의 처지와 운명에 관해서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환경문제의 이면에는 크고 작은 논쟁이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논쟁이 과학의 진실성 문제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몇 년 전 환경주의의 오류를 과학적인 증거를 통해 드러낸다는 목표로 개설된 한 인터넷 사이트가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전경련이 설립했던 한 연구단체가 운영하는 사이트였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이 사이트는 지구의 미래가 비관적이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라는 논리를 폈다. 뒤이어 ‘회의적 환경주의자’라는 제목의 책도 번역되어 나왔다. 이 책은 지구 환경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환경단체들이 과학의 증거들을 마음대로 선택하고 오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 같지는 않다. 환경논쟁이 과학적 합리성의 시각은 물론 사회적·문화적·정치적 시각을 담아야 한다는 명제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지구 환경과 관련해 21세기 들어와 주목받고 있는 10가지 쟁점을 소개한다. 핵에너지, 육식과 같은 해묵은 주제도 있지만 생태계 복원, 석유 위기, 생태관광처럼 새롭게 제기되는 논란도 함께 실었다. 때로는 엇갈리면서 때로는 평행선을 달리는 주장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 안병옥<시민 환경 연구소 부소장>
1.유전자조작농산물은 식량위기 해결사?
조작유전자 생태계 유출 다른 생물 감염… 에이즈·AI보다 무서운 질병 유발 가능성
박병상〈풀꽃세상을위한모임 대표〉
바나나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고 한다면 믿겠는가. 바나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유는 바나나나무의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협소해졌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의 이윤추구에 최적화로 육종한 품종의 바나나나무만 심은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미국대사관 앞에서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수출한 데 대해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농지 만들겠다고 새만금 갯벌을 죽이면서 농사 짓겠다고 버티는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 농민을 한사코 끌어내리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문규현 신부는 개탄한다. 매립한 새만금 갯벌에 농사를 짓기는 지을까. 제방으로 둘러싸인 농지는 해수면보다 낮고, 300㎜의 강우는 1억 평이 넘는 제방 안 평원을 이내 흙탕 호수로 만들 텐데, 그 핑계로 공업단지나 미군기지로 개발하는 건 아닐까.
휴대전화 팔아 쌀 사먹으면 된다는 천박한 발상은 ‘진정한 독립은 식량자급부터’라는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연설을 외면한다. 농업 뒷받침 없는 개발이 얼마나 허약한지 깨닫지 못하는 작금의 세태에서, 내일이 몹시 두렵다.
무거운 농기계로 석유 펑펑 태우고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흥건한 이른바 녹색혁명은 관개에 의존하는 단작이다. 초기 예상 외 소출을 보였던 녹색혁명은 제1세계 농화학 다국적기업과 국제곡물상의 배를 불렸다. 땅과 농민과 생태계의 건강을 갉아먹더니 이제 사양길로 접어든다. 소비자는 무엇을 얻었나. 곡물사료가 변한 고기를 포식하는 제1세계는 성인병에 허덕이고, 배곯던 제3세계는 여전히 굶주린다.
기아와 인구 증가로 고통스러워 하는 제3세계를 위한다며 추진한 제1세계의 녹색혁명이 저물어가자 제1세계 다국적기업은 유전자조작으로 돈벌이에 나섰다. 그런데 제1세계의 논리에 취한 생명공학자들이 장담하듯, 유전자조작식품은 과연 식량위기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
사람도 위협하는 조류인플루엔자(AI)는 유전적 다양성이 결핍된 닭이나 오리를 밀집 사육한 데 따른 부메랑이다. 사람이 변화시킨 환경에 조류인플루엔자의 유전자가 적응, 다시 말해 저절로 조작되자 사람들에게 전이되는 것이다.
자본의 논리에 세뇌된 생명공학자가 유전자를 조작한 농산물은 녹색혁명 농산물보다 유전적 다양성이 현저히 낮다. 그렇게 조작된 유전자는 생태계로 빠져나가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조류독감처럼 감염시키고 있다. 유전자는 스스로 재생산하며 확산하기에 문제가 당장 드러나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 없다. 단작으로 광범위하게 재배한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사료와 식품으로 소비된 이후 문제가 드러난다면, 우리는 에이즈나 조류인플루엔자보다 더 무서운 질병을 맞을 수도 있다.
수출용 식량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자본은 유전자조작농산물보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의약용 식품 개발에 혈안이다. 기상이변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온난화가 심화하는 이때, 단작에 문제가 생긴다면 국제곡물상은 식량자급률이 형편없는 우리나라에서 어떤 이윤을 노릴까. 후손을 위협하는 유전자조작은 대안일 수 없다. 제철 제 고장 유기농업으로 기아와 포식을 완충하는 것이 내일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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