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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 [펌-한겨레21]벌레 죽이는 세상에 대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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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참터자원
Date : 2008-05-10 01:31 | Hit :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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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벌레 죽이는 세상에 대한 분노
한 여성 생물학자의 외로운 전쟁…‘기적의 살충제’ 폐해 고발한 <침묵의 봄>
2.한겨레21,2002년04월17일
3.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4.키워드 :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DDT, 살충제,환경운동, 농약, 제초제, 유기합성 살충제, 먹이사슬, 다이옥신, 생물종
5.내용
“모든 생명, 특히 바닷가의 생명이 이 걸출한 여성에게는 경이의 원천이었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에서 일한 첫 여성 생물학자였고, 어떤 농약은 자연생태계와 인간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다.” 미국의 한 지방지인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가 지난 2월28일치에 낸 ‘우리 고장이 낳은 위대한 여성들을 아시나요’란 퀴즈의 한 항목이다. 정답은 바로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1907∼64)이다.
생물학자가 꼽은 고전 2위
그가 유명한 까닭은 우선 기적의 화학물질이라 불린 DDT, 그래서 그 개발자인 스위스의 폴 펄머에게 노벨상을 안긴 살충제를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금지하도록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환경오염에 대한 대중의 공포에 불을 질러 환경운동이 자리잡을 터전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말하자면 ‘환경운동의 어머니’인 셈이다. 그는 <타임>의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의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세속적 명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생물학연구소는 지난 1999년 회원인 생물학자 191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연구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줬던 고전 3권을 들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놀랍게도 <침묵의 봄>은 다윈의 <종의 기원>, 워슨의 <이중나선>을 제치고 2등을 했다. 1등은 변함 없는 생태학 교과서인 유진 오덤의 <생태학 기초>였다.
<침묵의 봄>은 지금부터 꼭 40년 전에 출간됐다. 산과 들, 그리고 도시에 마구 뿌려진 농약과 제초제가 새와 물고기, 야생동물, 그리고 인간에게 끼치는 끔찍한 결과를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당시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고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1950년대 미국은 화학공업이 황금기를 노래하던 때였고, 값싼 화학물질의 놀라운 효과에 기업가는 물론이고 대다수 과학자와 정부 관계자들이 넋을 잃고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큰 파문을 불러왔다. 무엇보다 산업계와 관련 학계가 발끈했다. “박사학위도 없는 생물학자가, 게다가 여자가 무얼 안다고”라는 심리가 팽배했다. 이런 논란은 책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카슨은 상원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자문위원회에 농약의 위험성에 관한 조사를 명령한다. 책이 나온 이듬해 자문위원회는 “카슨이 옳다”고 판정했다. 마침내 1969년 미국 의회가 국가환경정책법을 통과시키고 첫 ‘지구의 날’ 행사가 치러졌다. 1972년 DDT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용금지되기에 이른다. 환경이 서서히 대중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 일련의 과정에 강력한 에너지를 공급한 것은 바로 <침묵의 봄>이었다. ‘지구의 날’을 창시한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이 그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도 책이 출간된 석달 뒤였다.
<침묵의 봄>에 대한 가장 널리 퍼진 오해는 이 책이 화학물질에 관한 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카슨의 관심사는 화학이라기보다 생물학이었다. 카슨에 관한 저명한 전기작가인 린다 리어의 말처럼 “카슨은 살충제로 인한 위험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도 아니고, 이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한 사람도 아니다”. 그는 “인간이 자연을 공격하는 전쟁에서 저지른 ‘몰상식하고 잔인한 일’에 대해 억제할 수 없는 분노를 표시했을” 뿐이다.
침묵의 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펜실베이니아의 강변 농장에서 자란 카슨은 어릴 적부터 자연 속에서 생물학적 호기심을 키우며 자랐다. 여대 영어과에 들어갔지만 지도교수는 전공을 해양생물학으로 바꾸라고 권했다. 졸업 뒤 갓 생긴 연방 어류 및 야생동물국에 첫 여성과학자로 채용된다. 여기서 그는 출판담당 책임자로 일하게 된다. 자연에 대한 사랑과 함께 카슨은 글쓰는 재주를 부여받았다. <침묵의 봄> 말고 카슨의 책이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는 1941년에 <해풍 아래서>를 쓴 데 이어 1952년엔 <우리 주변의 바다>를 냈다. 살아 있는 생물들의 경이와 아름다움을 시적인 필치로 그린 나중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1년 이상 오를 정도로 많이많이 팔렸다. 카슨이 이 해에 공직을 그만두고 글쓰기에 전념하게 된 것은 이런 경제적 성공에 힘입은 바 크다. 만일 공무원 신분을 유지했더라면, 1958년 한 친구로부터 살충제가 뿌려진 뒤 새들이 사라져버렸다는 제보를 받은 것을 계기로 4년간 취재와 연구를 바탕으로 농약업계와 정면대결을 벌이지 못했을 것이다.
나온 지 40년 된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달라지지 않은 점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카슨은 “유기합성 살충제가 어디나 스며들고 있다”며 “강과 하천은 물론 지하수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발견된다”고 적고 있다. 요즘 우리는 “빗방울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나온다”는 항목만 추가하면 된다. “연령에 상관없이 대다수 사람들의 몸 속에서도 화학물질을 찾아볼 수 있는데 모유에서는 물론 태아의 조직에서도 발견될 정도이다”라는 구절은 요즘 신문기사에서도 늘 나오는 얘기다. 그는 또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호수에서 각다귀를 없애려 뿌린 살충제가 먹이사슬을 통해 어떻게 농축되어가는지를 실감나게 소개했다. 외래종 도입의 폐혜를 지적하는 대목들도 낯익다. 환경운동가라면 그의 지렁이 예찬론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런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은 역설적으로 환경문제가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문제의 뿌리는 여전히 건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DDT를 뿌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자리엔 다이옥신이 대신하고 있다. 살충제를 어린이 머리 위로 공중살포하는 만용은 사라졌지만 디젤차의 미세먼지는 어린이 코 높이에서 거침없이 뿜어져 나온다. 무엇보다 ‘침묵의 봄’은 마찬가지다. 카슨은 울새, 홍관조, 굴뚝새들이 사라지고 비둘기, 지빠귀와 참새만 보이는 침묵의 봄을 개탄했다. 요즘 대도시에는 그나마 지빠귀마저 귀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침묵의 봄이 더 이상 부자연스럽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농약보다는 생물종을 이용하라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대다수의 살충제는 이미 판매금지된 것들이다. 하지만 DDT, 알드린, 파라티온 따위를 다이옥신, 비스페놀 등과 같은 환경호르몬과 유전자조작 농산물로 바꾸어 놓는다면 카슨의 목소리는 돌연 오늘날의 이야기로 바뀐다. 왜냐하면 그는 화학물질이 아니라 생태계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생생한 사례(예를 들어 일본산 투구풍데이로 인한 나무 피해를 천적인 한국산 기생벌을 도입해 퇴치했다는 것 등)를 들면서 농약보다는 생물종을 이용해 해충이나 병을 관리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생물학적 방제는 농약을 보조하는 구실에 그친다. 생태계에서 환경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 한 그의 관점은 그래서 아직도 요긴하다. 그는 이 책을 암과 투병하면서 썼다. 그의 분노가 절절한 것은 그 때문일까. “하늘을 나는 새들의 부드러운 날개가 모두 사라져버린 황폐한 세상이 되더라도 벌레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결정한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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