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빙하, 밀림으로 이어지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남미여행
글 _ 이찬현(운영위원)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후 24시간 만에 페루의 리마에 도착하니 스페인어 입국신고서가 기를 죽인다. 난공불락. 이럴 땐 무조건 물어서 쓴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중 리마의 모습은 무채색이다. 집들은 1, 2층을 짓고 3층은 짓다만 형상이다. 담벼락 색깔도 차갑고 무거운 느낌이다.
도시마다 아르마스 광장이 있다. 광장은 유럽문화로서 스페인에 의해 들어온 문화라고 한다. 광장의 가운데에는 독립전쟁의 영웅인 볼리바르나 산마르틴의 동상이 있다. 어찌되었든 지역 주민들에게 만남의 광장이 있다는 것은 도시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호텔에서 나오는 아침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커피, 빵, 치즈, 약간의 과일이 전부다. 무엇을 더 바라랴. 발레스타스(Ballestas)섬 투어로 남미 여행이 시작된다. 20여개의 섬에 사는 새들의 숫자는 평생 본 숫자보다 많은 것 같다. 망망대해를 보노라면 마음마저 여유롭다. 바다 새들이 쏜살같이 내려와 물고기를 잡는 모습은 신기하다.
오후에 샌드 보드로 사막 모래 위에서 썰매를 탄다. 사막투어 시 차량의 높낮이 심한 운전으로 허리 부분이 뻐근하다. 이어 야간에 17시간의 야간버스로 가는 긴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버스로 안데스 산맥을 넘어 고산지대인 쿠스코로 가는 길이다. 쿠스코 중심가 주변 골목들을 보노라면 빈틈없이 돌들을 쌓아 놓은 치밀함보다 20km이상 먼 곳에서 돌을 가져오고 다듬어 쌓느라 부역에 지쳤을 민초들의 고담함에 불편하다.
미완의 공중도시. 마추픽추. 자급자족이 충분하고 영원할 것 같았던 도시가 왜 멸망했을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어느 것 하나 영원한 것이 없다는 진리의 말씀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하필이면 투어 내내 망자의 넋을 기리듯 비가 내린다. 이어 기대되는 볼리비아의 우유니사막이다.
라파즈의 보석같은 야경은 120만 명의 보금자리가 펼치는 360도로 볼 수 있는 것은 분지형 도시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밑부분과 윗동네 간의 빈부격차는 낮에는 분명해 보였다. 어둠이라고 해도 숨길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하나하나가 가족들에게 소중한 쉼터일 것이다. 우유니 사막의 기차무덤을 지나 소금사막에 왔다. 소금으로 지평선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맨발로 사그락 사그락 밟는 촉감은 눈 위에서 등산화 발자국남기는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360도 파노라마 풍광이 펼치는 장면은 보지 않는 사람에겐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모습은 사진으로만 보았지 실물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될지는 꿈에도 생각을 못 했다. 우유니 사막 2일차이다. 소금사막 이외의 광활한 사막의 풍광을 볼 것이다. 우유니 사막을 지날 때 주변의 풍광은 눈부신 파란 하늘과 선명하게 산에 걸쳐 있는 구름이 이색적이고 눈에 아프다.
보통 나의 여행은 차에서 시작해 차로 끝난다. 차에서 마주치는 풍광을 느끼기 위해 대화도 아끼는 편이다. 낮에 이동한 중에 잠을 자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되도록 사진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두 장면에서 끝내고 가슴으로 느끼는 여행이고 싶다. 굳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아니 설명하려고 하는 여행이 아닌 가슴으로 품고픈 여정이었으면 한다. 아니 그래야 한다. 하늘 위에 구름은 산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산마다 골짜기의 골곡을 흑백사진처럼 펼친다.
브라질 사이드에서의 이과수 폭포는 빅토리아 폭포와 같이 장대함과 우렁참에 기가 꺾인다. 무엇보다 폭포 바로 밑에다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코앞에서 감상하게 한 것은 멀리서 보아야 했던 갈증을 한 방에 해소할 수 있다.
다음날 아르헨티나 사이드에서 악마의 목구멍을 보았다. 폭포의 모습을 구석구석 볼 수 있도록 시설물들을 잘 배치해놓았다. 발밑에 다리를 놓았는가 하면 멀리서 잘 보이도록 뷰포인트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마지막 스피드보트 순서다. 배를 타고 폭포 밑 부분까지 가서 머리 위로 쏟아지는 폭포수 물세례를 받는 경험을 극히 드물다. 사막, 빙하(미니트레킹), 밀림에서의 경험이 다양하다. 이제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의 도시 투어만 남아 더위와 싸움만 남았다.
콜론 오페라 극장을 지나 22차선인 ‘7월 9일’ 대로를 지나 아름다운 서점 엘테네오(El Ateneo)서점을 둘러보았다. 오페라극장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서점으로 바꾸어 놓은 곳이다. 이어 플로라리스 제네리아(Floralis Generia)를 거쳐 부촌의 중심에 있는 6,000여 가문들의 묘지인 세멘타오리오(Cementaorio)를 둘러보았다. 가문마다 최상의 예술품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잠시 숨을 멎은 소녀를 매장한 안타까운 사연부터 다양하고 기막힌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고요한 공동묘지는 옛날에는 수도원의 채소밭이었다고 한다. 점심을 한 후 분홍빛 집이라는 카사 로사다인 대통령궁과 5월의 광장을 둘러보고 프란체스카 교황이 집전했던 대성당을 구경하였다.
이어서 강렬한 원색으로 칠해진 집들이 들어선 까미니토(Caminito)에서 쇼핑과 거리의 탱고를 보았다. 저녁은 한식으로 한 후 까페 토르토니(Cafe Tortoni)에서 탱고 공연을 1시간 정도 관람하고 숙소로 귀가하여 모든 공식일정을 마쳤다.
다음 날은 자유일정으로 국립미술관에서 2시간 놀고, 중남미 미술관에서 3시간 동안 관람하는 여유있는 일정을 가졌다. 뉴욕을 거쳐 나리타를 통해 인천에 오는 30시간 비행시간은 집으로 간다는 생각에 쉽게 소화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