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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역학조사발표날 모두 속았다

[인터뷰] 유기용제 및 유독물질중독 피해자대책위 박응용 위원장

정연우 기자

▲지난 4월 2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본사 앞에서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조신영 기자 한국타이어 집단사망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한국타이어 사망사건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한국타이어에서는 지난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1년 사이에 심장질환 7명, 폐암 2명, 뇌수막종양 1명, 간세포함 1명, 식도암 1명, 자살 1명 등 총 13명이 사망했던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대전지방노동청에서는 지난 2007년 10월 1일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으로 역학조사를 요청했고, 2008년 2월 20일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역학조사 최종결과에 따르면 1996~2007년 기간 중 한국타이어 현직자들과 퇴직자들의 전체 사망원인에 대한 표준화 사망비는 일반인구에 비하여 낮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허열성 심질환으로 인한 표준화사망비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역학조사는 3개월간의 짧은 시간동안 위험성이 있는 물질들에 대해 분석이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역학조사 결과는 직무와 연관성이 있다는 내용만이 발표됐을 뿐 유기용제와 관련된 역학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타이어 사망사태 원점에서 다시 규명돼야” 한국타이어 돌연사 및 암 사망에 대한 역학조사 최종결과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현재 66여가지의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타이어를 제조하고 있는데 심장성돌연사의 유발요인으로 알려진 염화불화탄화수소, 메틸렌클로라이드, 질산염은 역학조사 당시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12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한국타이어 일급발암물질 사용피해실상과 보상대책기구 마련 촉구 기자회견 모습 ©정연우 기자 최근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및 유독물질중독 피해자대책위원회’(위원장 박응용)가 “한국타이어 사태 진상규명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및 유독물질 중독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지난 6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타이어 사원에 대한 건강검진 결과 전체 현장 노동자의 60%에 달하는 2,000여명의 노동자들이 제1차 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되어 재검진 중에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원회는 “2,000여명이 고혈압, 심혈관, 난청 등의 질병이 의심되어 재검진 되고, 93명의 사망자 명단이 산업안전 보건연구원에 의해 확보되어 있다”며 “지금까지 밝혀지지도 통계에 잡히지도 않았던 비정규직 사망자 2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책위원회는 “20여명의 중증 환자들은 방치된 채 어떤 정당한 보호도, 보상도, 치료도 없다”며 “대통령 이명박이 자신의 사돈회사이자 사위 회사이기도 한 한국타이어 사태해결에 직접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이들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조사 대상으로 한국타이어를 다녀간 노동자 중 자연사와 교통사고자를 제외한 93명의 사인 규명을 위해 즉각적인 집단 역학 조사를 시행해야 하며, 산재 보상처리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및 유독물질 중독피해자 대책위원회 김홍남 조직부장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재검진 대상자가 60%라는 얘기는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한테서 직접 들었다”며 “현재 대책위는 한국타이어사태와 관련된 자료를 비공개한 관계기관에 대해 압수수색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대검찰청에 냈다”고 말했다. 유기용제피해자대책위, “한국타이어 전체 현장 노동자 중 60% 2차 재검진 대상” 대책위 박응용 위원장은 “압출부 공정의 경우 80%의 노동자들이 고혈압, 심혈관 계통에 이상증세가 나타나 재검진에 들어갔다”며 “이번 건강검진은 혈액을 4통씩 샘플링을 하고 24시간 심전도 검사를 하는 등 유기용제를 의심해서 건강검진을 한 것이라 기존에 건강검진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유기용제란 용해력과 탈지 세정력이 높아 화학제품 제조업, 도장관련산업, 전자산업 등 여러 업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유기화학물질을 말한다. 대표적인 유기용제로는 벤젠, 톨루엔, 크실렌(자일렌) 등이 있다. 6월 26일 기자는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피해자대책위에서 활동하는 4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및 유독물질중독 피해자대책위원회 김응용 위원장 © 정연우 기자 [동영상 인터뷰] 정연우 기자 박응용 위원장은 94년도 4월 한국타이어 직업훈련원으로 입사해서 6월 정식사원 발령이 났다. 이어 95년도 4월말경 해고, 한국타이어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를 결성해서 16일 동안 회사를 점거해 노예노동 중지와, 노동조합 직선제 및 노조활동 보장, 임금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이때 같이 활동하던 노주호씨 등과 주축이 되어 이번에 유기용제대책위를 구성했다. 당시 집단사망사건이 발발했을 때 왜 유기용제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을까? 이에대해 피해자대책위 김응용 위원장은 “우리들이 박두용 산업보건원장을 직접 만나서 유기용제 조사가 빠졌다는 것을 듣고 뭔가 심각하게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한국타이어 역학조사발표날 모두가 완벽하게 속았다" 김응용 위원장은 “역학조사에서 박두용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이 양심선언을 한 것”이라며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노동부가 정해주는 범위와 시기에 따라 역학조사를 하게 되는데 이번 2007~2008년 역학조사에서는 그런 것이 명시되지 않았다. 93명의 명단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런데 유기용제가 역학조사에 포함돼지 않기 때문에 발표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그는 “진상규명 싸움이 원점에서 다시 돼야 한다. 지금까지 유가족대책위에서 했던 진상규명투쟁은 진상규명투쟁이 아니다. 왜냐하면 2007년도 역학조사에서 유기용제 문제가 빠졌다. 2007~2008년도 역학조사는 필요 없었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여론몰이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 트루먼쇼 같은 것이다. 당시 2월 20일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발표날 모두가 완벽하게 속았다. 그날 거기서 나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사이에 오고갔던 공방은 추가역학조사를 할 것이냐는 내용이었다. 그때 원장은 언제든지 하겠다고 했다”며 “이제 그 결과가 나왔고 유기용제 역학조사를 받아냈다”고 전했다. 피해자대책위는 그 근거로 근로복지공단대전지역본부가 재해를 입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소속 근로자 3명에 대해 업무상 재해인정 여부의 결정을 위해 한국산업안전공단 직업병연구센터장에 역학조사를 요청하는 5월 26일자 공문과 조사자료 사본을 공개했다. 이 사본에는 박모씨, 나모씨, 송모씨가 각각 신청병병이 파킨슨 질환, 협심증, 고혈압 등으로 기록됐으며 유해요인에는 ‘유기용제’라고 적혀 있다. 현재 박모씨 등은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대책위는 역학조사 대상자에서 제외된 추가 사망자 23명과 함께 유기용제 중독자 2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박응용 위원장은 말을 이어갔다. “한국타이어는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우리들이 경찰수사를 받는 중에 한가지를 묻더라. 살인혐의에 대한 증거가 있냐고. 유기용제에 의해 실제 죽은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있다고 말했다”며 “바로 유모씨다. 이 사람은 백혈병으로 죽었는데 유기용제 환자로 산재처리가 된 사람이다”고 전했다. 앞서 대책위는 지난 3월 19일 사업자와 노동부가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죽음을 방치했다며 전·현직 노동부장관 7명과 한국타이어 회장 등 33명을 살인혐의로 대검찰청에 고소했다. 이번에 진행된 한국타이어 건강검진에 대해서는 “2차 검진대상자를 상대로 강도 높은 심전도 검사가 이뤄졌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2차 건강검진은 노동부장관이 명령하게 되어 있다”며 “노동부가 공개적으로 못하고 있지만 음성적으로 집단역학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피해자대책위는 이날 인터뷰에 앞서 국회를 방문, 노동부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사업보고를 받고 국정감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피해자대책위 김동렬씨는 “타이어 재료자체가 유기용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김동렬씨는 몸이 아파서 한국타이어를 휴직한 상태다. 갑상선이상으로 2년째 치료 중이고 비염·난청이 있다고 한다. 그는 “95년 당시 타이어를 찌는 과정인 가류과에 근무했다”며 “그해 여름 현장 직원들이 너무 더워서 이것을 개선달라고 했다. 그래서 최소한 온도가 얼마나 돼는지 알아야겠다고 해서 50도 온도계를 달았다. 그런데 온도계가 터져버렸다. 50도가 넘은 것이다. 40도 이상의 온도에서 근무하는 근무자들은 40분 일하고 20분 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안 들어줬다. 그래서 공정라인 세워라 했고 결국 사람을 충원해서 정상화에 합의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쫓겨나다 보니깐 그런 것이 없어져 버렸다”고 얘기했다. 앞서 지난 2월 20일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 최종결과 발표에서도 가류공정은 뜨거운 고무에서 발생하는 수증기, 흄 등으로 뜨거운 고열 환경이 조성되어 6월에서 8월말까지는 40도 이상이 조성되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박응용 위원장은 “당시 집단사망이 언론에 처음으로 불거져 나왔을 때 사례는 박모씨의 죽음이었다. 같은 라인에서 일하던 모 주임이 제보한 사실이다. 박모씨가 죽었을 때 회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는데 장기에서 납과 카드륨이 나왔다”며 “국과수에서도 이렇게 입증했는데 산재처리 결과는 과로, 스트레스로 됐다. 죽어도 유기용제로 인한 사망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서는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문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거라고 단정했다. 이들은 “앞으로 적게는 10년에서 많게는 30년 투쟁할 것을 만들어났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현재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70~80여명의 위임장을 갖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아직까지 유기용제와 관련해서 산재처리된 사람은 공식적으로 5명밖에 없다. 한국타이어, “재검진 대상자 다른 사업장 비해 높게 나온 것 아니다” ▲한국타이어 직원의 죽음을 놓고 유가족들이 회사측에 사망원인을 밝히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는 모습 ©유가족 대책위 제공 반면 한국타이어측은 6월 18일 대책위의 주장에 대해 “재검진 대상자는 60%가 아닌 40%”라고 반박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2월부터 정기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 1900여명이 재검진 대상자로 나왔는데 이 수치는 다른 사업장에 비해 높게 나온 것이 아니다”며 “특히 이번에는 건강검진 기준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에 이 정도 수치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대책위가 사망원인 자연사가 아닌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93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난 99년도부터 2007년까지 12년간 산업안전공단에서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했던 모든 사람들을 추적해서 조사한 수치”라며 “이 중에는 질병사 외에 자연사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는 비공개 자료인데 어떻게 유출됐는지 궁금하다”며 “이번 건강검진은 지난번 조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유기용제와 무관하다”고 전했다. 한편 대전지방노동청은 박응용 위원장이 보낸 진정서에 대한 회신을 통해 유기용제 피해 관련 역학조사 전면 재실시 요구에 대해 “2007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 금산 및 대전공장의 유기용제 노출수준은 기준미만으로 나타났고 신경계 질환 유발 유기용제의 노출수준은 매우 낮았으며 백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벤젠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타이어의 경우 새로이 유기용제 중독자가 집단적으로 발생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대전지방노동청은 아울러 “유기용제 피해 근로자가 있다면 즉시 이들 명단을 제보하고 이들의 산재인정 여부와 관련된 역학조사, 적절한 요양, 재요양 및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근로복지공단에 신청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정연우 기자 119@break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