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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예원
Date : 2004-10-19 22:53 | Hit :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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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 TV에서 로보트 태권브이라는 만화영화를 보았다. (태권브이를 극장에서 본 세대는 아니라서...)
거기에서 카프박사라는 어떤 나쁜 과학자가 붉은 제국을 건설하여 세계정복을 꿈꾸며 악의 로보트들을 끌고 쳐들어와 서울 시내를 때려부수는 장면은 당시의 나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혹시라도 카프박사처럼 나쁜 과학자가 붉은 제국을 건설하여 쳐들어오면 어쩌나....큰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때 나는 결심했다.
나도 빨리 커서 태권브이의 주인공 훈이오빠의 아빠처럼 훌륭한 과학자가 되어 태권브이같은 로보트를 만들어야지....그러면 나쁜 과학자가 붉은 제국에서 쳐들어와도 안심해도 되겠지......그렇게 인류를 위기에서 구원하리라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의 아이들에게 태권브이는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최고의 영웅이었다.
그때의 아이들 치고 태권브이를 그릴줄 모르는 아이가 없을 정도 였다.
그런데 얼마되지 않아서 TV에서 마징가제트라는 만화영화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태권브이를 지지(?)하는 아이들과 마징가제트를 지지하는 아이들로 나뉘기 시작했고 때로는 곳곳에서 양측 지지자들이 충돌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기 시작했다.
충돌의 핵심은 태권브이와 마징가제트가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하는 것이었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태권브이가 이긴다고 했지만 마징가제트가 이긴다는 반론 또한 만만치 않았다.
마징가제트를 지지하는 아이들은 태권브이의 절대적인 우세를 누를수 없게 되면.......마징가제트는 로켓트 주먹이 있어서 로켓트 주먹으로 한방 날리면 돼...씨이.... 그러면서 씩씩 거리기도 했다.
어떤 아이들은 독수리오형제가 제일 힘이 쎄다는 이단자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지만 어디까지나 극소수의 의견으로 대다수 아이들의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
당시에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엄청난 기운이 틀림없이 솟아난다는 짱가도 아이들에게 커다란 인기였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의 가슴속에 .....나쁜 과학자가 세계를 정복하려고 쳐들어오면,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만든 태권브이나 짱가가 이 지구를 지킬꺼야......그러한 커다란 포부가 늘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라난 우리의 상당수가 오늘날 어린 시절에 꿈꾸던 과학자가 되었다.
우리는 태권브이나 짱가를 만들수 있는가?
우리는 지구를 지키고 인류를 구원할수 있는가?
지금 나쁜 과학자가 호시탐탐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어디선가 나쁜 로보트를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가 아는 한 박봉에 연구소에서 언제 퇴직을 할지도 모르는 이 세상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먹고 살기에도 바빠서 아무리 나쁜 과학자라고 해도 세계정복을 꿈꿀만한 과학자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옛날 훈이의 아빠 김박사님처럼 인류의 위기에 대비하여 태권브이를 몰래만들어 마징가탑에 숨겨 놓을수 있을까?
태권브이를 만드는 초거대 프로젝트가 과학자 한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믿는 우리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정부에 나쁜 과학자나 외계인의 침입에 대비하여 태권브이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건의하면 뭐라고 할까?
예산이 없으니 예산대로 시키는 일이나 제대로 하라고 할까?
이제 우리는 나쁜 과학자의 세계정복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태권브이는 만들 필요도 없으며 우리의 살아생전에 만드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는 것도 잘안다.
그렇다면 무서운 것은 무엇인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제 우리는 자본과 결탁한 소수만을 위한 과학이 가장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
나쁜 과학자가 아닌 초거대 자본에 의한 과학과 민중의 지배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거기에 눈뜨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리는 과학자가 제일 무섭고 제일 나쁜 과학자라는 것도 알았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짱가처럼 엄청난 힘이 솟아나 악의 무리를 단 한주먹에 쳐부술수 없는 우리는 ....이제는 너무나 많이 커버리고 너무나 많은 현실을 알게된 우리는.....어떻게 해야 그 옛날 어린 시절의 영웅들 처럼 약자들을 지켜줄수 있을까?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는 우리모두....
열심히 참터에 참여합시다 *^^*
ps 제가 자료실에 태권브이 동영상 올려 놨음다. 이거 지금은 무지 귀한 동영상이고 구하느라 엄청 고생했어요. 보시고 잠깐 어린 시절로 함 돌아가 보세요.
인류를 구원하고 지구를 지키는 과학자가 되겠다던 그때의 꿈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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