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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예원
Date : 2004-11-03 01:50 | Hit : 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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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남자친구가 아닌 엄마와 영화를 보며 외식을 할 수 있는 딸이 되고 싶습니다.
순박한 시골할머니가 등장하는 조금은 뻔한 스토리의 영화를 보고 인사동 한식집에서 국밥을 먹으며.....밖에서 먹는 밥은 비싸기만 하지 맛이 없다. 엄마가 끓인 된장국이 더 맛있다.....라고 말하는 그런 딸이 되고 싶습니다.
백화점에서 이제는 할머니가 된 엄마에게 알록달록한 옷을 권해드리며....엄마는 왜 벌써 할머니같은 옷만 골라...엄마에겐 이옷이 더 잘어울리는데....라고 말할 수 있는 딸이 되고 싶습니다.
친정에 온 언니들에게 이제는 참기름과 고추가루를 챙겨 싸줄수 있는 그런 동생이 되고 싶습니다.
모처럼의 친정 나들이에도 빨리가서 저녁해야 한다며 서두르는 언니들을 반바지차림으로 쫒아나가 하루만 자고 가라고 붙잡는 동생이 되고 싶습니다.
형부랑 부부싸움을 하고 시어니때문에 속이 상할때 언니들이 제일 먼저 전화해서 수다떨고 싶은 그런 동생이 되고 싶습니다.
무뚝뚝하고 싱거운 남편이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은 방에서 담배연기 자욱한 채 그가 책을 읽을때 말없이 레몬이 든 홍차를 준비하는 그런 아내가 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외모로만 기억되며 그의 감정과 열정속에서 잠시 머무는 여자가 아니라 그의 가장 가까운 벗으로 눈가에 주름이 진 후에도 그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아내가 되고 싶습니다.
그로 인하여 나의 몸을 빌어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장성하여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아버지를 꼽는다면 나는 영광스럽게 두번째 자리를 차지하여도 행복한 그런 아내가 되고 싶습니다.
가진것 보다는 나눌 수 있는것이 많은 이웃이 되고 싶습니다.
고통받는 사람들,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하여 명절이면 떡을 하고 겨울이면 김장을 담그는 그런 이웃이 되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서의 짧은 삶을 마치고 떠나갈때 헐벗고 굶주리며 고통받던 많은 이웃들의 가슴속에 기쁨과 행복을 가득 선사하고 그들의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자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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