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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신명호
Date : 2004-11-14 21:14 | Hit :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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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는 것처럼 이번 일요일은 노동자대회였습니다.
저도 전야제부터 참석하러 올라갔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김동광 운영위원 님을 뵙고 시민과학센터 동향도
듣고 앞으로 정책팀이나 참터의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한재각씨를 만나서 과학기술자 운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날이 춥고 같이 올 줄 알았던 과기노조 분들이 안 오셔서 저는
밤에 대전내려왔다 다음날 노동자 대회 행사에 참가하는 과기노조
버스를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려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상동 사무국장님과 잠깐 맥주 한다는 게 시간이 늦어지고
버스와 기차는 모두 끊기고 말았습니다.
공공연맹 사무실로 갈까 아니면 어디 딴데 가서 잠깐이라도 잘까
고민을 하다 새벽차 탈 때까지 서울역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근처를 돌아다니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노숙자들이 있더군요.
지하도와 서울역 대합실, 열악한 환경, 우는 애와 거기에 무관심한
애 엄마처럼 보이는 어린 여자, 애를 돌볼 줄은 아는 지 덩치만 큰
남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은 엎어져 자고 있고.
군데군데 어질러져 있는 쓰레기와 술병.
20대 초반으로 밖에 안 보이는 젊은 애들이 노숙자처럼 지내고
있는 광경까지. 공익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너무나 일상적인 것처럼
사람들이 싸움이 날 때면 나와서 말리고 의자들을 재배치하더군요.
갈데없는 사람들을 쫓아낼수는 없는 일이니 적당히 윗사람들
눈치를 봐가며 그렇게 하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에 대전동구자활기관을 방문했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 곳이라도 충분히 있으면 좋을텐데. 서울에도 어딘가에 있겠죠.
그러면서 노동자대회와 참터의 일과 그리고 그외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빈곤한 사람들과 노동자들, 그리고 우리들.
훈구파가 사림파로 바뀌었어도 조선시대 백성들의 삶이 고단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수구꼴통 독재자들에서 386으로 바뀌어도 먹물든자들이
민중들의 삶의 고단함을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면
권력이 바뀐 것 말고 뭐가 달라진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좌파라고 떠들어 대는 사람들도 여기서 벗어나지는 못할 겁니다.
기껏해야 말싸움과 노선싸움, 아니면 조직을 장악하려는 권력싸움.
무엇이 정말 민중을 위한 실천인가 고민이 되는 하루였습니다.
더 많은 실천과 공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참, 그 덕분에 결국 노동자대회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양쪽을 모두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더군요.
5시간 정도 밖에 안되는 잠깐을 '잉여인간'으로 보내는 것도 이렇게
힘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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