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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낙타
Date : 2004-11-25 10:43 | Hit :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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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 할 원자력간담회 5차 모임을 위한 발표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단 간단한 소개부터 할게요.... 제 블로그에 먼저 썼고 여기에 그대로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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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연구센터 원자력간담회 담당 참터지기. 이름도 길다. 이게 지금 나의 정체성 중의 하나다. 다음주 수요일에 열리는 5차 모임에서는 참여연대시민과학센터에서 펴낸 <과학기술, 환경, 시민참여>라는 책을 읽고 발표를 할 계획이다. 지난 주말에 집에 가서 앞부분을 읽었고 어제 낮에 끝까지 다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의제민주주의의 한계가 계속 문제시되었고 최근에도 급격하게 드러나고 있다. 부안군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부안군수의 핵폐기장 유치 결정을 비롯하여 '우리 손으로 뽑은 우리의 대표가 우리의 뜻을 저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현실에서 '참여민주주의'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이 책은 '시민참여'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날로 떠오르고 있는 과학기술과 환경 사안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예전부터 내 블로그에서 문제삼았던 '자본과 권력에 종속되어 있는 과학기술을 어떻게 사회적 약자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어느 정도 정리된 답이 있다. 바로 '과학기술의 민주화' 또는 '과학기술의 민주적 통제'라는 것이다. (여기에 나는 '과학기술의 사회화'라는 개념을 덧붙일까말까 하는데 사실 여기서 민주화와 사회화의 차이를 나도 잘 모른다;;;) 이러한 목표를 향한 발걸음 중의 하나가 과학기술에 대한 시민참여모델들을 고안하여 적용하는 일이다. 이 책은 합의회의, 시민배심원, 시민자문위원회, 시나리오 워크샵, 규제협상, 포커스 그룹과 같은 방법들을 소개한다.
합의회의는 얼마 전에 시민과학센터에서 준비하여 개최한 '전력정책에 관한 합의회의' 사례가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방법들은 모두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2-30년 전부터 개발되어 적용된 것들이다. 합의회의도 2002년 2월까지 세계 16개국에서 49회 이상이 열렸거나 개최중이다(49쪽).
합의회의는 통상 "선별된 10-16명의 보통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과학기술적 문제를 평가하는 책임을 맡아 진행하는 공개 포럼"으로 정의된다. 선별된 시민들은 자신들의 질문 및 관심사를 전문가들에게 제기하고 그들의 답변을 자체적인 토론을 통해 평가한 후, 그 결과를 합의 보고서로 만들어 최종적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게 된다. - 45쪽
이를 위해 3 차례의 조정위원회와 2번의 예비모임을 갖고 최종적으로 3일에 걸친 본회의를 통해 시민들의 합의를 이루어내고 이를 정부에 권고하고 언론에 공개한다. 시민을 선발하는 기준은 연령, 민족, 성별, 직업 등의 기준들로 보아 골고루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아야 한다.
시민배심원이나 시민자문위원회의 경우도 결국 시민들이 전문가나 정책담당자의 의견을 듣고 심사숙고하여 논의하고 토론하여 일정한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여기서도 시민을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이 선발기준은 결국 결과에 대한 공정성의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시민자문위원회는 시민을 완전히 무작위로 선발하는 경우인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정말 아무나 뽑아도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이에 대해 시민자문위원회를 개발하여 현장에서 30년 넘게 적용해온 디넬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 이 시민참여 절차가 더 폭 넓게 활용되지 못하는 까닭을 다른 데서 찾는데, 그것은 '무작위 선정' 원칙이 가져다주는 불안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정치가나 행정 관료는 물론이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하고자 세워진 조직과 기구들 역시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들의 손에 결정권을 내어주기가 왠지 불안하고 또 그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지 미덥지 못한 것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이 같은 '전문가주의' 혹은 시민에 대한 불신이 시민참여 절차의 장점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 177-178쪽
뜨끔했다. '전문가주의' 또는 '시민에 대한 불신'을 나도 갖고 있었다. 사실 시민들은 예상보다 빨리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며 전문가나 정책결정자들이 내놓는 결과들보다도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창조적인 제안들을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합의회의의 경우 12-16명의 시민들이 모이는데 시민 전체를 이 20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대표한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공정한 선발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합의회의를 적용하기에 적당한 인구도 10만명 정도로 잡고 있다. 다른 참여모델들도 보통 20명 내외의 시민들로 구성된다. 시민자문위원회의 경우는 20-25명을 한 단위로 하더라도 똑같은 위원회를 여러번 개최하여 시민의 참여를 높이고 각 위원회의 결과물을 비교함으로써 사안에 대한 폭 넓은 의견을 모을 수 있다.
그런데 각 모델들이 전제로 하고 또 추구하고 있는 '객관적인 시민'은 정말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각 위원회나 회의를 누가 주관하더라도 사회자나 중재자는 엄격히 프로젝트 위탁자로부터 독립되어 있도록 한다. 그리고 가능한한 시민들의 논의에 간섭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순수한 시민들'의 토론을 촉진시키되 지나친 개입을 피해야 한다. 그런데 결국 가치판단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모든 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된다. 여기서 사익과 공익을 어떻게 구분해낼 것인가.라는 좀더 근본적인 물음이 생겼는데 이렇게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이 더 절실해진다.
마지막으로 규제협상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는 앞에서 소개한 것들과는 좀 다르다. 행정부서가 주관이 되어 정부가 규제나 규정을 만들 때 관련 이해당사자들, 이를테면 산업계, 이익집단, 환경단체들의 대표들을 모아 규제에 대해 협상하는 제도다. 이는 70-80년대 미국의 환경청에서 만든 규정의 80%가 소송의 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30%가 수정되었다는 문제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환경청은 규정을 만들기 전에 이해당사자들과 미리 협상을 하려고 이 제도를 창안했고 또한 제도화했다. 규제위원회에는 해당 행정부서의 장이 다른 이해당사자들과 동등한 위치로 회의에 참가하므로 그만큼 논의 결과에 책임질 수 있으므로 이해당사자들도 참여할 동기가 생긴다.
문제는 환경단체는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힘이 약하므로 어떻게 보면 들러리로밖에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보통 단체의 대표들이 참가하는 자리이다보니 일반 시민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무리 규제협상을 '시민참여모델'로 본다고 하더라도 긍정적인 측면이 매우 약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주말에나 만들어야겠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시민참여모델을 곳곳에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매우 부족한 실정이며 또한 정부가 책임을 지고 이런 참여모델을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공정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해서 결과를 내봐야 정부 입맛에 맞지 않으면 무시되는 경우가 있으며 결국 시민들도 이런 일에 참여할 동기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공부한 것은 대전에서 원자력안전에 관한 시민참여모델을 만들어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니까 그나마 낫기는 한데 여전히 막막할 따름이다.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일인데 원자력간담회 멤버들이 함께 할 것이므로 두렵지만은 않다.
* 책에 소개된 홈페이지들(덴마크어, 독어는 전혀 모름):
미국 로카연구소 http://www.loka.org/
덴마크 기술위원회(DBT) http://www.tekno.dk/
유럽 시나리오 워크숍 http://www.cordis.lu/easw/
한국해양수산개발원(시나리오 워크숍 모델을 수정한 '지역포럼'을 적용) http://www.kmi.re.kr/
미국 제퍼슨 센터 http://www.jefferson-center.org/
참여연대 http://peoplepower21.org/
독일 부퍼탈대학 시민참여와계획절차연구소 http://www.uni-wuppertal.de/FB1/planungszelle/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http://www.unesco.or.kr/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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