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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회오리(김성훈)
Date : 2004-07-02 19:57 | Hit :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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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에 타까끼 진자부로의 “시민과학자로 살다”(녹색평론)를 읽고 당시 한밭레츠와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다 독후감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만 3년 6개월이 지났고 시민참여연구센터의 창립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참터의 창립을 위해 제가 일해 왔다는 것은 아닙니다. 올 초에 민병기 국장을 통해 신명호 박사를 만나게 되었고 그후 1,2공단 시민대책위 활동과 홍성풀무공동체 견학, 그리고 대안사회 주민연대 활동을 통해 점점 깊은 관계를 맺게 된 것 모두가 최근의 일입니다. 모든 시작의 드러나지 않은 사연이 그렇듯이 참터의 창립은 제가 과학상점을 알기 훨씬 전부터 과학기술민주화 운동을 위해 노력해 오신 많은 분들의 땀방울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 여겨집니다.
당분간은 참터가 창립되었다는 것을 기억할 때마다 엔돌핀이 생성될 것 같습니다. 밥 안먹어도 배부른 것처럼 든든하게 여겨지겠지요. 적어도 참터의 존재가 너무나 당연해지기 전까지는 그럴 것 같습니다.
이제 창립이후 참터지기, 사무국, 참여연구자들 사이의 화합과 단결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라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기술과 지역주민의 만남이라는 화두, 그 첫 번째 실험무대는 1,2공단 환경문제 관련 활동으로 드러나기를 기대합니다.
이랬을 때 한 두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미 생각하고 계신 것일테지만 강조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스스로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제안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지역사회 학교에 대한 계획과 실천입니다.
우리 참터의 연구자들이 참터에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학자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마당을 펼치고 그 마당에 배우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관객이 되어서, 아니 그 구분 없이 서로 어우러져서 함께 웃고 즐기며 잔치를 벌이는 일이 가장 행복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 잔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처음으로 시작하기 적당한 주제는 역시나 교육이 아닐까 합니다. 일찍이 민중교육학자 프레이리가 지적했듯이 일방적으로 누가 누구를 지도하고, 지식을 주입하는 은행예금식 교육이 아니라 교육 과정 자체를 민주화하고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 되는 대화식 시민과학교육이 차근차근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설혹 참터라는 마당에 간만에 만난 동지들과 해후를 푸는 시간을 너무 길게 잡은 나머지 생산적인 에너지를 소모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게 됩니다. 팍팍한 현실에서 꿈도 없이 자신의 고귀한 이상을 숨기거나 묻어두며 살던 동지들이 이제 참터를 통해 새로이 만나게 되었을 때 우리들만의 방언, 사투리, 코드를 고집할 것을 경계합니다. 이른바 운동권 소모임으로의 회귀를 우려합니다. 그것은 짧지만 여전히 자주 되풀이 되어 쉽사리 벗어나올 수 없었던 저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만 특히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자신의 업을 “운동”으로 삼고자 했을 때 그 처음도 그렇고 중간도 그렇고 끝도 역시 자신의 울타리를 벗겨내고 이웃과 만나는 것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기로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기획이 지역주민으로부터 나올 수 있어야 하고, 그 결과 또한 지역 주민과 공유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과학기술자들만의 자기만족적인 친목모임을 만들고자 참터를 만든 것이 아님을 서로의 실천으로 증명하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공교롭게도 한밭레츠, 의료생협 등 이름만 듣고는 도무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기 어려운 조직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그 경험으로 말씀드자면 어떻게 하면 잘 알릴까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다시 해본다면 지역주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지금에 와서 훨씬 수월했을 것이며 애초 하고자 했던 것에 더 가까이 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문조사를 할 수도 있고 인터뷰를 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가 분명하고 꾸준히 그것을 실천한다면 내가 누구인지를 억지로 알릴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그 시작은 지역주민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지금부터 지역사회학교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는데 지역주민이 그릴 수 있도록 그들에게 펜을 쥐어져 보는 일부터 하면 어떨까 하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주축으로 활동해 오신 분들, 그리고 이미 역할을 맡으신 분들은 총회에서 약속된 일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 분 들은 그 일을 하시면서 원심력을 발휘하시고 아직 적당히 자신의 역할을 찾지 못하신 분들을 중심으로 이 일이 기획되고 실천해나가길 기대합니다.
뭔가 마무리를 해야 할 시점인데 집에서 재촉이 심하네요. 우선 여기까지 말씀드려 봅니다. 제 짧은 소견임을 스스로도 알지만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제가 말할 수 있는 내용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또한 제가 실천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참터는 잘해주기를 기대해도 되겠지요?
들어주시는 분이 스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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