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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한겨레 7/27) 과학은 공공의 재산-이영희교수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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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마당
Date : 2004-07-29 09:02 | Hit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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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상업화 경계를
지난 20여년 동안 전 세계에 퍼져온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시장의 논리’를 무기로 삼아 전통적으로 공공영역이라고 여겨지던 부분마저도 점차 무너뜨리는 위력을 발휘해왔다. 과학기술도 예외가 아니다. 과학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대표적 공적 기관인 대학과 공공연구소 역시 이런 신자유주의의 논리에 따라 ‘시장 순응적’ 방식으로 재편돼왔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전통적으로 공공적 지식을 생산하고 전파하던 대학과 공공연구소의 지식생산 원리가 급격히 산업화, 상업화의 가치를 지향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제 얼마나 많은 지적재산권과 특허권을 따냈느냐가 교수와 연구원의 업적평가·급여·승진 심사 등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아울러 연구개발 활동의 결과는 더 이상 공동체 전체의 재산이 아니라 연구비를 대준 사적 자본에 의해 독점적으로 전유된다. 이처럼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시장의 논리가 알게 모르게 과학기술의 연구개발 활동까지도 규율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산학연 협동’이라는 말로 과학기술 지식생산의 산업화, 상업화 경향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가적 대학’ ‘기업가적 과학자’가 바람직한 역할 모델로 부각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다. 물론 지식의 시장화, 산업화, 상업화가 모두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란 대개 양면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공성의 가치를 포기할 수 없는 과학기술 영역에서도 지나칠 정도로 신자유주의적 시장의 논리가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과연 대학과 공공연구소의 과학기술 지식 생산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고, 또한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유럽·북미에서 확산돼온 ‘과학상점’(사이언스 숍)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과학상점은 주로 대학의 교수,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이 지역주민들의 수요에 기반한 연구개발 활동을 함으로써 대학의 과학기술 활동이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계되도록 한다. 과학상점은 지불 능력이 높지 않은 환경단체, 노동단체 등의 사회단체나 영세기업체들로부터 연구거리를 요청받아 무료로, 또는 최소한의 비용만을 받고 그들이 당면한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대학의 공공적 지식을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해 이전하는 지식이전의 거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컨대 과학상점은 산학협동이라는 이름 아래 강화되는 공공지식의 산업·상업화 경향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서, 과학기술 지식이 공공성을 잃지 않고 지역주민의 복지를 위한 방향으로 활용되도록 하는 중요한 사회적 제도인 것이다. 마침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일 대전에서 뜻있는 젊은 과학기술자들이 힘을 모아 ‘시민참여연구센터’라는 이름으로 과학상점을 세웠다는 소식이 들린다. 매우 의미 있는 일이고 기대되는 바 크다.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과학사회학 leeyoung@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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