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념사진

몽골과 미얀마 노동자

조성인 자봉과 방글라데시 노동자들

몽골, 중국 노동자들

함께간 여민회 회원들

베트남 노동자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

한글학교 자원봉사자들

한글학교 자원봉사자들

천막안에서 수박등을 간식으로 먹고 있는 모습

파키스탄 노동자들

방글라데시 노동자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

오이팩을 하고있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

여름캠프에서 친구가 된 터어키, 캄보디아 노동자

신현정 운영위원장과 아이들

미얀마 노동자들

필리핀 노동자들

외국인노동자를 하나로 묶는 대전외노센터
외노들에게 희망의 증거를 보여준 여름캠프

이주현의 대전외노센터
2004 여름캠프 소감문 / 2004.8.2(월)

<대전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와 대전의 외국인 노동자 등 110여명이 8월 1일 대천을 다녀왔다>

오늘 신문을 보니 어제 85만명 가량의 인파가 대천해수욕장을
휩쓸었답니다.
해수욕장이 아니라 목욕탕이라 해도 좋을만큼 그야말로 발디딜틈이 없었습니다.

그 85만명 중에 약 100여명은 대전외노센터와 그 식구들이었습니다.
그 속에는 저도 있었고요. 9시30분경 대화동을 출발하여 중간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대천에 도착한 것은 4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2시경.

모두가 함께 준비해온 천막을 치고, 일부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함께 놀고 인사하고, 그렇게 또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알게되었습니다.
대전외노센터는 어느새 그렇게 많은 준비물들을 챙겨왔는지 놀랄 지경이었습니다.
대여섯 개의 아이스박스에는 오이와 수박과 콜라와 음료수와
또 그밖에 여러 가지 먹을거리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소장님 부부를 포함해야 겨우 네명에 불과한 사무국 상근직원들의 헌신적인 전천우 올라운드 플레이어적 활약이 그 현장의 배경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넉넉하고 시원한 관광버스하며 맛있는 점심도시락에 또 언제 대천시내의 뷔페식당은 저녁용으로 예약하셨는지...
참가비 10,000원이라는 Input 대비 Output이 너무 좋아서, 그처럼 전체의 일정을 모자람없이 넉넉한 멍석으로 깔아놓았구나 생각하니, 이 대목에서 잠깐 목례를 한번 드리고 싶군요.

그렇게 여유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여러 사람과 얼굴을 익히고 거리를 좁히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옆의 두 인물은 몽골인들이고, 왼쪽의 바슐라르크(?)는 몽골에 예쁜 아내와 두 살난 아기가 있다네요. 대부분의 외국인노동자들은 자신의 처지가 그래서인지 겸손하고 공손하게 인사를 나눕니다.
깊은 얘기를 나누다보면 알게모르게 공장에서 당하는 차별이나 폭언 등에 대해서 힘들어하고 있음도 알게됩니다.

해변에서 3시간 가량 놀던 우리는 대천시내의 뷔페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6시 쯤에 대전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뷔페를 선택한건, 첫째로, 외국인노동자들이 주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들이기 때문에,
두 번째로는, 해변가에서 놀며 쌓인 고단함을 배불리 먹어서 해소하라는 정성어린 마음씨의 결과가 아닐었을까 괜한 추측을 해봅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저는 새로운 친구와 또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름은 '둘라'이고요. 미얀마사람입니다. 함께 간건 제 딸이 자리가 좁다며 저를 밀치는 바람에 빈자리를 찾던중 함께 앉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대전으로 돌아오는 두시간여동안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미얀마나 한국이나 독재의 기억을 가졌다는 공유된 기억은 서로간의 대화를 순조롭게 풀어주었습니다.
둘라의 나라는 신군부가 1988년 수천명을 학살하고 정권을 잡으면서 1989년 국명을 '미얀마'로 개칭했습니다.
그러나 민주화 세력은 신군부를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버마'라는 국명을 사용한다더군요.
미국의 젊은 애들 사이에서는 "미얀마는 몰라도 아웅산 수지는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올해 60세가 된 아웅산 수지는 아직도 독재의 탄압 속에서 미얀마 관변언론의 마녀사냥에의해 "서양언론의 주구", "서양자본의 앞잡이" 등으로 매도당하고 있지만, 가택연금, 살해위협 등의 고난 속에서도 여전히 미얀마 국민사이에서는 민주화의 상징입니다.

미얀마의 군사독재는 많은 이들을 피난행렬로 몰기에 충분할 만큼 가혹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미얀마-타이 국경에는 피난온 불법이민자들로 들끓고 있다고 합니다.
타이의 업주들이 주는 일당은 1달러이고, 그래서 1달러는 그들에게 생존의 지표라고 할 정도로 귀한 가치를 지닌 돈입니다.

암튼, 오른쪽에 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가 바로 둘라입니다.
올해 29세의 청년인 둘라는 3명의 남동생과 1명의 여동생 그리고 어머니가 계신답니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자연과학자이지만,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한국에서 돈을 벌어 고국에서 컴퓨터 트레이닝센터를 세우는 게 꿈이랍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주6일동안 하루 11시간 주당 66시간을 일하는 그가 작업장의 고단한 현실을 견디는 이유는 그에게 원대한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새롭게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1달러가
아시아인들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가?" 입니다.
한겨레 21의 기사에 따르면, 캄보디아 공무원의 하루 일당 1달러이고요, 태국에서 1달러는 달걀 12개나 쌀 1kg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 개들이 콘돔 한통가격이 1달러 정도인데, 일당 50~60바트(1달러=40바트)를 받고 태국에서 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매춘부 노동자들에게 콘돔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은 아예 없답니다.스리랑카에서 1달러는 한가족의 한끼 식사값(스리랑카의 1년 평균소득은 940달러)이며, 인도네시아의 택시운전수는 하루에 5달러만 벌면 두식구가 먹고사는데는 까닥없다며 다행스러워한답니다.
그리고 의사월급이 10달러인 미얀마에서 1달러는 하루살이의 생존지표라는군요.
이것은 모두 부패한 정치와 군 독재체제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이런 일반 시민들과는 정반대로 우리들 정도의 월급을 받는 소수의 엘리트들은 2달러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먹고, 40달러짜리 일식당이나 이태리 식당에서 한끼 식사를 즐기며, 집에 돌아오면 가정부에 운전수에 정원사까지 고용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 그들 나라의 현실입니다.

둘째, 그러기에 한국은 이주노동자들의 꿈입니다. 예전에 비해 급여수준은 비교적 높아져, 많은 외노들이 70만원~10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고국에서 그들이 Dreams come true할 수 있는 돈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이주노동자들은 돈을 벌러 한국에 합법,불법을 가리지 않고 찾아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돈을 벌려는 목적이 꿈을 찾으려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꿈이 있는 땅, 한국에서 꿈을 발견하고 꿈을 실현하고, 한국에서 내준 꿈을 저들의 땅에 가져가려는 것입니다.
주머니에 돈이 쌓이면서 마음속에 꿈이 아닌 차별의 서러움과 폭언폭력에 따른 복수심이 쌓여간다면, 그들의 한국행은 그들의 실패가 아니라 우리들의 실패가 될 것입니다. 그들은 한편으로 원하는 돈을 벌어가겠지만, 그들이 돈을 벌었던 곳은 꿈이 있는 곳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정글 속이었으며, 그래서 그들이 번 것은 오로지 그들의 분노어린 투쟁으로만 쌓아올린 돈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에겐 남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오직 정글뿐?

아!~ 얘기가 넘 거창하게 흘렀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대전외노센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많은 분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야말로, 한국사회가 아직은 정글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주머니가 아닌 마음 속에 담아갈 '꿈'을 한국땅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희망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희망이기에 앞서 사람다운 사회를 꿈꾸는 우리들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찾아낸 희망의 증거가 곧 대전외노센터의 존재의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말이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면서, 대전외노센터의 진중한 발전을
바라면서 ...

대천에서 즐겁게 놀다온 이주현 올림

(외노센터 한글학교 자원봉사자, KAIST 홍보실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