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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태곤
Date : 2003-12-10 14:14 | Hit : 2,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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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한겨레 기사입니다.
http://www.hani.co.kr/section-005100032/2003/12/0051000322003120923470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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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공동체 운동 서울 노원구 ‘마들주민회’
“우리마을 살기좋게…우리가 바꿔요”
“삼삼은 구, 삼사 십이….” 중년에서 70대 노인까지 부인들이 교사를 따라 열심히 구구단을 외운다.
지난 5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상계역 근처인 마들주민회 사무실은 아침부터 북적였다. 좁은 사무실 벽에는 “송년회” “유기농쌀 주문 받아요” 따위의 알림과 일정표가 빼곡하고, 활동가들은 컴퓨터와 복사기 사이를 부지런히 오갔다. 바로 옆 강의실에서 들려오는 구구단 외는 소리만 빼면 여느 시민단체 사무실과 꼭 같다.
벌써 13년째 연륜쌓여
학생 두명은 교사로
마들주민회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과 중계동 일대의 빈민층 여성·청소년과 함께 주민자치와 공동체운동을 벌이고 있다. 여성학교는 그 간판사업이다. 못 배우고 가난해 주눅 들고 기죽었던 여성들에게 한글을 비롯해 한자, 기초 산수, 영어를 가르친다. 웬 영어일까. “회화를 배우는 게 아닙니다. 전자제품 스위치, 비상구, 심지어 정류장 표지판의 ‘버스’도 영어로 적혀 있지요. 실생활에 꼭 필요한 영어를 배웁니다.” 이 단체 노정원 대표가 설명했다. 현재 학생은 약 100명, 반 년 동안 공부를 한다. 오전에는 주로 식당일을 하거나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노인이 많고 저녁 8시에 시작하는 수업엔 대개 인근 가내수공업 공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학생이다.
“없는 사람에게 환경문제?
아직 부담스럽다.”
논·밭이 많은 노원구는 예전에 ‘마들’로 불렸다. 70년대부터 늘어난 판자촌은 이제 거의 아파트촌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직도 서울에서 임대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이 여기다. 88 올림픽 때는 상계동 철거민 투쟁이 치열했다. 빈민운동의 하나로 상계어머니학교가 문을 연 것은 90년이었다. 벌써 13년째 연륜이 쌓였다. 학생 두 명은 이제 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어머니학교 외에도 가난하고 소외된 청소년을 위한 창조학교와 여성상담소도 운영하고 있다. 이 모든 사업은 30여명의 자원봉사자 손길로 끌어간다.
마들주민회가 들어선 건물 1층엔 재활용 공동체 ‘그루터기’가 자리잡고 있다. 회원들로부터 옷, 책, 신발, 장난감, 가전제품 등을 기증받아 값싸게 팔거나 교환해 준다. ‘아름다운 가게’가 널리 알려지면서 행인들도 종종 들른다. 애초 유기농산물도 판매했지만 사는 이들이 없어 그만두었다. 대표 노씨는 “없는 사람에게 환경문제를 얘기하는 건 아직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유기농산물만 해도 “좋은 줄 알면서도 못 사먹으면 소외감만 깊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없는 사람들일수록 나누는 것의 소중함을 안다. 아홉 가족이 텃밭 가꾸는 소모임으로 시작한 ‘땅사랑’은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소비하자”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여성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정기적으로 음식을 함께 준비해 먹는 ‘공동체 식사’를 한다. 무엇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 반대운동은 주민들의 환경의식을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애들 때문에 시작한 글공부
이젠 마을 일에 눈떠
이 단체가 펼치는 각종 교육과 참여활동은 궁극적으로 지역사회를 살 만한 마을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고 이 단체 정책국장 이지현씨는 말한다. 주민자치위원으로 2년 동안 참여했지만 관료주의의 벽은 높았다. “주민들의 참여를 동사무소가 정한 정책을 펴는 들러리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이씨는 꼬집었다. 주민자치와 공동체 건설은 아직 먼 목표지만 주민들은 그 주체로서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마들여성학교에서 수학을 배우고 있는 김숙(노원구 중계동·40)씨는 한글부터 시작해 7년째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재작년엔 중학 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 장갑에 방울이나 리본을 다는 부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김씨는 “바쁠 땐 하루 10시간씩 일에 매달리느라 배우고 싶은 걸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이들 교육에 도움을 주려고 시작한 공부였지만 이제는 마을 일에 눈뜨고 됐다. 지난해 수락산·불암산 관통노선 반대운동 때 김씨는 가장 열렬한 참가자 가운데 하나였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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