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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신명호
Date : 2004-03-18 12:13 | Hit :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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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이 답사를 다녀온 홍성 문당리 생태마을이 생각났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개선에 있어서 농업의 역할은 막중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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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이 살렸어 팔당도, 우리도
팔당 두물머리 사람들
“1993년에는 물이 웬수같았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요 물때문에 살맛 나지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 주민들의 말이다. 10년만에 물을 보는 눈이 180도로 바뀌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난 11일 10년동안 벌어진 ‘일’에 주요한 역할을 했던 이들이 두물머리에 모였다. 93년 상수원 보호와 지역 주민사이의 이해의 충돌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데 물꼬를 튼 사람들이다. 올해 사업이 끝나는 ‘팔당상수원 살리기를 위한 서울시의 유기농업 지원 사업’에 대한 평가와 ‘또다른 10년’을 모색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 했다. 이택용 농협 친환경농업팀 차장, 배영태 한살림 생산자모임 사무국장, 김인숙 서울 동북 여성민우회 대표와 김연순 생협 기획위원장 등은 유기농산물의 판매에 도움을 주고 있는 단체 사람들이다. (사)팔당생명살림 박종서 과장, 정영기 팀장, 조안면에 사는 농부 김병수씨 등 이 동네사람들은 이들을 10년지기처럼 맞았다.
“10년전에 조안면민을 대상으로 한 지역 신문을 내고 있었는데 주민들 상대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여론 조사를 해봤습니다. 주민의 99%가 팔당호가 빨리 오염되어 상수원이 상류로 옮겨가면 된다고 답하더라구요.” 김병수씨의 말이다.
70년대초까지만 해도 이 지역 주민들은 근교 농업으로 채소를 서울 경동시장과 청량리 시장에 내다팔아 여느 시골보다는 살림살이가 넉넉한 편이었다. 하지만 72년 팔당댐이 들어서고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채소 농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채산성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엄격한 규제로 농사외에 할 일이 없었다. 건물의 신축은 물론 증개축이 불가능했고 공장이나 축사는 물론 음식점이나 심지어 이발소까지 허가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농협이 자금 빌려주고 서울시가 매장 만들어
“집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기둥하나를 세워도 이를 뽑아냈고 비를 막기 위해 처마를 덧대면 곧바로 포크레인을 동원해서 허물어 버렸지요. 주민들에게 이 지역에 사는 것 자체가 저주에 가까웠습니다. 수도권에 사는 2천만 명의 상수원 확보를 위해 팔당호 유역 10만 명의 생존권은 아무 보상없이 무시됐던 거지요.” 정 팀장의 말이다. 젊은이들은 돈을 벌러 도시로 떠났고 마을에는 노인들만 남았다. 주민들은 물위에 빈 플라스틱 병이나 쓰레기 더미가 떠 다녀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오히려 팔당호가 하루 빨리 오염이 되길 바랐다.
팔당생명살림 회장인 정상묵씨와 고문인 권오균씨 등은 89년 상수원 보호와 지역민들의 이해를 조화시키기 위해 ‘팔당상수원 피해주민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상수원 보호때문에 겪는 주민들의 피해를 정부로부터 보상받기 위해서였다. 광주, 양평, 남양주 등 팔당댐 유역의 3개 시군 이장들이 대부분 참여했다. 하지만 90년대들면서 정부가 보상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하자 공대위 안에 견해차가 생겼다. 정부 보상금으로 친환경 유기농업을 일으켜 상수원을 보호하며 주민 소득을 보전하자는 정씨 등의 주장은 규제를 완화해 음식점 등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다수 이장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정씨 등은 위원회에서 나와 유기농업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빠른 길이라는 점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95년 팔당상수원 유기농업 운동본부를 만들었다. 참여농가는 22가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기농업으로 상수원도 보호하고 지역민들의 소득도 높이겠다는 방안에 대한 반응은 외부에서 먼저 왔다.
“95년 최병렬 당시 서울시장이 원철희 농협 회장을 만났을 때 팔당 상수원 지역 주민의 보상 요구 문제를 얘기하자 원 회장이 유기농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농협은 유기농을 하는 농가에 연리 5%의 저리로 가구당 4천만원에서 6천만원씩을 빌려줬고 서울시는 26개 구청에 유기농산물 매장을 만들기로 했지요.”
농협 이택용 팀장의 회고다. 이 때부터 참여 농가가 급속히 늘었다. 운동 본부가 출범한 지 3년째 되는 97년 300 농가가 유기농으로 돌아섰고 현재 양평, 남양주, 광주 등 팔당호 유역에서 유기농을 하는 농가는 모두 1000농가가 넘는다. 운동 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농가도 처음 22농가에서 100농가를 넘어섰다. 친환경 농산물 재배 면적도 34ha에서 152ha로 4.5배가까이 늘었다.
△ 팔당생명살림연대는 해마다 10월3일이면 ‘팔당 유기농산물 추수축제’를 연다.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정약용 선생 유적지 부근에서 열린 추수축제때 풍물패가 고사를 대신한 ‘밥굿’을 하고 있다. 팔당생명살림연대 제공
서울시 지원 올해로 끝, “이대로 그만 둘거냐?”
이로 인해 팔당호의 수질이 개선됐음은 물론이다. 최근 팔당호 살리기 유기농업 10년 평가 토론회에서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가의 경우 농약사용과 화학비료 사용량이 80%이상 줄고, 특히 양평군 개군면 향미천의 경우 부근 80여 농가에 주요한 수질오염원이던 축산 오폐수 처리를 위해 톱밥발표축사를 설치해 5급수이던 샛강이 2급수로 개선되기도 했다.”고 발표했다. 농가 소득도 크게 늘었다. 처음 운동본부를 만들 때 평균 1000만원에 크게 못미치던 농가당 연소득이 지금은 3000만원을 넘었고 4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을 올리는 회원 농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려움도 있었다. 운동 본부가 서울시의 약속을 믿고 농민들을 설득해 96년말까지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가의 수를 크게 늘렸지만 서울시는 매장을 여는데 미적거려 판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김병수씨를 비롯한 농민들은 그 해 12월11일 7대의 트럭에 배추를 싣고 서울 시청으로 쳐들어갔다. 이 사건으로 22명의 농민이 경찰에 연행됐고 이 가운데 4명이 구류 처분을 받았다.
서울시는 농민들의 ‘무력 시위’가 있고 나서야 매장 확보에 나섰다. 8개 구청에 매장이 생겼고 농협도 하나로마트에 유기농산물 판매 코너를 만들었다. 그 결과과 운동 본부에서 출하는 농산물가운데 60%가 농협을 포함한 일반 매장을 통해 팔려 판로가 안정됐다. 여성민우회 등 생협을 통한 판매도 35%나 됐다.
하지만 팔당상수원 살리기를 위한 친환경 유기농업사업은 여전히 미완의 진행형이다. 지난 10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는 올해말 10년으로 예정된 팔당유기농 지원사업이 끝난다는 이유로 기존에 시민단체에 위탁 운영하던 4곳의 유기농산물 판매 매장에 대한 전세보증금 지원도 올해를 끝으로 회수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물이용부담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서울시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유기농산물 매장의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시민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환경 의식을 높이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팔당 지역 주민들의 노력에 서울시 등 지자체가 화답할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환경 문제를 둘러싼 대립에 상생의 해결방안을 제시한 두물머리의 사례가 열매를 맺지도 못하고 꺾여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양평/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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