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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신명호
Date : 2003-07-14 20:01 | Hit :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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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기관지인 진보정치에 과학기술과 관련해서
5편 정도의 글이 시리즈로 연재될 계획입니다.
1편 - 노동자로서 과학기술 보기
2편 - 과학기술의 공공성
3편 - 환경, 에너지
4편 - 과학기술과 지역활동 (과학상점)
5편 - 민주노동당에 제안한다. (과학기술정책)
대략 위와 같은 내용입니다. 필자의 강조점에 따라
약간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두 개의 글을 먼저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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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과학기술 첫번째
노동자로서 과학기술 보기
이성우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위원장)
과학기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서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도구로
인식된다. 노무현 정부의 12대 국정과제에도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이 등장하고 제2의 과학기술입국
이란 말이 부쩍 자주 회자되고 있다. 이렇게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될 때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생산력이 높아지고 국가 경쟁력이 증대되며
따라서 국가가 부강해진다는 식으로, 과학기술에 관한 한 대통령의 말이나 재벌 총수의 얘기나 노동자
의 희망이나 어린 아이들의 기대나 크게 다를 바 없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노동자나 농민이나 도시 서민들에게도 무조건 좋은 혜택만을 준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그것은 대개 '과학기술'이 무척 착하고 순수해서 누가 그것을 연구하고 개
발하더라도 만인에게 고루 나눠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데서 비롯된다. 과학자란 모름지기 세속을 벗
어난 고고한 실험실에서 한결같은 진리만을 추구하고, 그래서 우리들의 생활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하
는 갖가지 도구와 기계들을 생산하고 있다고, 사람들은 쉽게 믿는다. 미국의 경우, 레이더와 원자탄의
힘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을 때, 국민들은 과학기술의 힘으로 세계를 제패했음을 믿었고,
그러한 믿음어린 열광이 그 후 우주개발과 전쟁무기개발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비롯한 제3세계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민중들의 원혼들로 남았다.
우리 사회로 돌아와, 김대중 정부에서 IT산업에 엄청난 투자를 했던 예를 상기해 보자. 한국 가정의
2/3가 초고속통신망을 사용하고 휴대폰 보급률 세계 1위라는 괄목한 성장의 뒤안에서, 소득수준별, 학력
별, 지역별, 성별 정보격차의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개인정보까지 포함하여 모든 정보는 권력과
자본에 의해 배타적으로 축적되고 독점되어 부의 집중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NEIS의 예에서 보듯이
국가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공공연히 침해하고 자기정보통제권은 안중에도 없다.
전자감시기술의 발달은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자본에 노출시킴으로써 노동통제를 강화하고
노동강도를 급격히 강화하여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다.
요컨대,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인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적 계급 모순은 과학기술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말이다.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개발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더라도 장애인 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에서 그러한 기술은 우선적으로 채택되지 않는다. 미국학술지에 논문이 많이
게재되어야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제도 아래에서는, 국내에서 당장 필요한 B형 간염연구보다도
미국에서 더 관심을 보이는 AIDS 연구가 더 우선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모순이 과학기술 연구개발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노동자를 배제하는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연구개발보다는 재벌의 이익 창출에 기여하는 연구가
더 중요한 일이 된다.
노동자로서, 이 척박한 땅의 민중으로서, 자본이 선택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끼치는 해악에
대해서 무심했다면, 지금부터라도 노동자 민중을 위한 과학기술은 어떠한 모습을 지녀야 할 것인가
상상해 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찾자.
(2003.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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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과학기술 두번째 “공공성”
우리나라 과학기술,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삶의 질을 높이고 민주주의를 위한 과학기술이 되어야 -
김병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회원)
우리나라 정부가 연구개발에 지출하는 돈은 최근 몇 년간 매년 두 자리수의 성장을 계속해서,
올해는 전체 예산의 대략 5% 정도가 각종 연구개발비로 지출되고 있다. 1년에 약 5조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정부가 과학기술관련 활동에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
과학기술이라면서 과학기술수준을 높이기 위한 각종의 처방들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이런 처방들이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리고 여기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일이 추진되는 이유를 가장 쉽게 알아보려면, 누가 그 일로부터 이익을 보는 지를 살펴보면 된다.
과학기술의 전도사들은 흔히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하면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부 연구자들도 자기 분야가 미래에 “뜨는” 분야라면서
지금 투자를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 거라면서 은근히 협박을 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민중은 들러리거나 잠재적인 수혜대상이다.
최근에 들어 과학의 발전이 자동적으로 사회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산되어
이제는 거의 상식처럼 되면서 과학기술의 성과를 전유하기 위한 각 주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노력에는 현재 자본이 가장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제도를 활용하거나 기업과
대학, 기업과 정부연구기관의 협력을 강조하여 과학기술의 산물을 전유하려는 노력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은 모두 자본의 노력이다.
과학기술이 이렇게 전유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의 공공성은 계속 침식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다른 식으로의 발전의 가능성은 갈수록 억제되고 특정한 방향의 발전이 강화되고, 심지어는 그것만이
유일한 길인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 지금이라도 이런 경향을 막고 삶의 질을 높이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공공성을 제고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공공성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말할 수 있다. 우선, 절차적인 면에서 민중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에 대한 주요한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정부나
기업의 엘리트들의 회의를 통해서 주로 결정되어왔다. 이런 자리에 일부 과학기술자들이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연구현장과 거리가 먼 인물이거나 구색맞추기 정도였으며 일상 생활에서 기술의 영향을
느끼는 민중, 노동자들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장 과학기술자들이나
노동자․민중의 요구는 반영될 수가 없으며 과학기술은 깨끗하고 고상한 “그들만의 영토”가 되어버릴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실질적인 측면이다. 민중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환경, 보건, 방재, 안전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연구현황은 아직도 너무 미진하다. 우리가 내는 세금 중 5조원이나 정부연구개발비로
투자되는데, 우리 민중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를 얼마나 하고 있는 지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마다 거듭되는 자연재해를 대처한다는 명분에서 행정자치부 산하에
국립방재연구소가 있지만 연구인력이나 예산은 매우 적은 수준이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과연
국립방재연구소가 정말로 방재의 의지를 갖고 만든 것인지, 면피용으로 만든 것인지 우리는 물어봐야
한다.
우리는 과학기술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지만 주변을 돌아보거나 10년 전과 지금의 삶을 생각해보면
과학기술은 우리의 삶을 너무나 많이 바꾸어 놓았다. 앞으로도 당분간 과학기술은 말없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개인의 생활과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이 ‘그들만의 영토’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과학기술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투쟁은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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