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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경숙
Date : 2006-09-18 14:40 | Hit : 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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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0831_대전의제21칼럼_(신명호).hwp (0byte) [22] DATE : 2006-09-18 14:40:14 |
- 대전의제21 정기간행물, 함께 그린 세상 2006년 가을호 (9월10일) 칼럼, 신명호
시민을 위한 과학을 향해서
어느덧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지만 아직 그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길에 오른 것 같기만 하다. 시민참여연구센터 (약칭 ‘참터’)가 설립된 지 만으로 두 해, ‘사회적 약자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참여연구’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항상 새롭게 시작하는 것 같다. 이상과 열정이 항상 우리의 역량을 앞서가고 있는 것일가?
1,2공단 환경오염 문제에서는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보조를 맞추면서 참여했었다. 함께 주민 모니터링 모임도 하고 대전시에서 발주한 악취저감 방안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일도 했다. 슬픈 사건도 발생했었고 몇 군데 업체가 악취 저감 설비를 갖추기도 했다. 그렇지만 무엇이 얼마만큼 좋아진 것일까? 프로젝트 결과로 제안된 악취 저감 방안은 모두 시행되고 있는 것일까? 토양은, 지하수는 문제가 없을까, 대기오염은 어떤가?
연기군 전의면 원성1리 죽근마을 일대는 안티몬 매립으로 인한 암 발생을 호소하던 지역이었다. 참터는 녹색연합과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기자회견도 했고 방송에서도 두어 번 다루어 주었다. 환경부 담당자도 그 지역을 방문 했었다. 국립암센터는 샘플집단이 적다는 것을 이유로 암발생 확률이 높은 것이 유효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는 충남도청에 인과관계 규명을 위한 추가 건강영향조사와 지하수 및 농작물에 대한 추가적인 정밀조사를 권고하면서 지역의 문제는 충남도에서 해결하라고 하였다. 2005년 상반기의 일이다. 그 이후의 소식은 아직도 모르고 있다. 참터가 죽근마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해서 한 일은 무엇일까?
원자력연구소 노동조합에서 원자력에너지의 이용과 평가에 관해서 지역의 환경단체, 시민단체와 함께 객관적인 토론과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을 구성할 것을 요청했었다. 참터는 지역에서 원자력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온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들과 함께 원자력 간담회를 꾸렸다.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11번의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진행했지만 일체형원자로 ‘스마트’ 부지선정에 관한 문제와 다른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중단되고 말았다. 상황은 변한 것이 없다. 지역사회와 연구소 사이에 있는 불신과 정보공개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참터가 소통을 중재하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에 치우쳐서 단순한 중재자 역할에 만족하여 머물렀던 것은 아닐까? 참터는 왜 스스로 실천을 만들어내지 못했을까?
철도청 대전지방본부 차량정비창 노동조합 (이하 정비창 노조)에서 식수로 쓰는 지하수의 음용수 적합성 여부를 검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참터는 여러번 현장을 답사하고 샘플을 채취했다. 수도관 노후로 인해 영향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물질 15개 (pH, KMnO4 소비량, 총경도, 증발잔류물, 염소이온, 질산성질소, 황산이온, 6가크롬, 알루미늄, 동, 아연, 철, 망간, 납, 카드뮴)에 대해서 검사를 실시하였다. 정부에서 정한 항목은 미생물 5개 항목, 유해 무기물 11개 항목, 유해 유기물 16개 항목, 소독제 등 7개 항목, 심미적 영향 물질 16개 항목의 55가지까지 포함해서 모든 항목에서 검사기준을 초과하지 않았으며 먹는 물로 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그렇지만 참터 스스로도 그 결과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제대로 된 방법을 적용한 것인가? 특정한 한 순간에 채취한 샘플로 평가를 내리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분석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물질을 빼놓은 것은 아닐까?
참터는 ‘슈퍼맨’이 아니며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해서도 안된다. 참터는 앞에서 이야기한 네 가지 사건 중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해결해 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참터가 더 잘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문제를 다룰 때 성급했거나 부주의했던 것은 아닐까? 전문적인 역량이 부족한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문제를 접했을 때 의뢰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보다 더 노력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참터가 이제 질문을 제대로 하는 법을 알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과학기술’이라는 좁은 부문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였던 문제들이 사실은 여러 사회적 관계의 고리들을 갖고 있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환경과 사건을 포괄적이고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다양한 정보와 전문적인 과학지식들을 연계하는 것이 반드시 요구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진정으로 ‘전문가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서 그 지역주민들이 다른 누구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라는 말을 실천하는 데 있다. 의뢰자인 시민들의 입장에서 혹은 시민들과 함께 조사연구에 임한다는 것은, 거리를 둔 방관자로서 ‘전문가’로 참여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또한 의뢰한 사람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좁은 길이지만 바른 길, 좋은 친구가 되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참터가 하고자 하는 과학상점 활동의 기본 원칙이 있다. 전문분야의 과학지식을 갖춘 전문 연구자들의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참터의 조사연구활동이 연구학점으로 인정되어 학생들이 제도화된 틀 속에서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 또한 필요하다. 주민들로부터 연구 의뢰를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연구의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역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우리 이웃들과 친구가 되어 삶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일 지도 모른다. 참터가 하고자 하는 과학상점 조사연구활동은 과학과 기술의 영역에서 얻은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이웃과 나누는 즐거움과 따뜻함의 가치를 이해하는 연구자와 학생들 속에서만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에서야 참터가 품고 있는 그리고 노력하고 있는, 앞의 네 가지 사안을 포함한 많은 연구 의뢰들도 그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 과학상점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어느 활동가의 말처럼, 과학상점의 성공은, 다시 말하면 시민을 위한 과학은, 학생과 과학기술자들에게 과학과 사회의 관계, 삶 속의 과학기술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의 연관 고리들을 살피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계획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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