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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과학상점’ — 과학을 판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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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경숙
Date : 2006-09-18 20:00 | Hit : 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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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0117_ETRI노조소식지.hwp (0byte) [25] DATE : 2006-09-18 20:00:41 |
김민수 으뜸참터지기께서 2005년 1월 17일 ETRI 노동조합 소식지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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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연구센터(참터) 소개글 1
‘과학상점’ — 과학을 판다구요?
김민수 (기반기술연구소, 시민참여연구센터 참터지기)
‘과학상점(Science Shop)’이라는 명칭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먼저 고개부터 갸웃거리곤 합니다. 과학과 상점, 따로 놓고 보면 그 자체로는 전혀 어렵지 않은 단어들인데, 두 단어의 조합이 사뭇 막연한 느낌으로 다가섭니다. 한 번 고개를 갸웃거린 뒤에는 곧 대체 뭘 파는 곳인지, 뭘 하는 곳인지 묻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휴대폰, 컴퓨터는 물론이고 화장품, 침대, 내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제품들을 과학기술의 성과로 포장하여 내다파는 것에 이미 익숙해 있긴 하지만, 과학이라는 추상적인 학문 명칭을 내걸고 상점을 연다는 게 쉽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한글 표현에서 주는 의미와는 달리, 과학상점은 가게(store)가 아닙니다. 그 의미를 제대로 짚어내기 위해서는 shop이라는 영어 단어가 갖고 있는 ‘작업장’(workshop)의 의미를 끄집어내는 게 낫겠습니다. 영어 표현을 번역하다 보니 약간의 무리가 따라, 일반적으로 과학상점이라는 명칭을 통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 명칭을 쓰는 당사자들도 이 표현에 100% 만족하지는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 이름 속에 담긴 workshop의 의미가 전해 주듯, 과학상점은 전문가와 일반 시민들이 함께 문제 제기에서 조사/연구, 자료 교환 및 논의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 활동의 다양한 영역들에 참여함으로써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 발생하는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공간입니다. 이 때 필요한 과학상점의 자원과 서비스는 모두 무료로 제공됩니다. 물론 단서조항이 있습니다. 상업적인 동기가 없고 공공성을 가지며, 그 결과가 사회적으로 보편성을 갖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들로 대상이 국한됩니다. 그렇다면 당장 ‘시민들을 돕겠다는 건 좋은데, 재원은 대체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건지’ 궁금하시겠죠? 유럽의 경우, 일반적으로 과학상점의 활동을 위한 재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과학상점이 설치되어 있는 대학 등의 기관에서 별도로 배정한 예산 등으로 충당이 되곤 합니다.
과학상점 운동이 최초로 시작된 것은 1973년 네덜란드에서입니다. 당시 베트남 전에서 미국이 무자비한 화학전을 전개하는 데 문제의식을 느낀 위트레흐트(Utrecht) 대학의 일부 화학과 학생과 연구자들이 ‘인간과 사회를 위한 화학’을 기치로 내걸고 화학상점을 개설한 것이 그 시초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네덜란드 전역에서 30개가 넘는 과학상점들이 대학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고, 매년 2,000건에 가까운 연구 의뢰를 받고 있습니다. 과학상점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유럽 각지와 미국, 캐나다로 번져 나갔는데, 미국의 경우에는 1990년대에 들어 시민사회 주도로 ‘지역기반연구’(Community Based Research)라는 형태의 기구들이 다수의 지역에 설립되어 과학지식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기반을 확대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들을 서로 연계하는 ‘지역연구네트워크’(Community Research Network)를 구축하여 보다 폭넓은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한 근래에는 과학기술의 사회성에 대한 고찰이 여전히 빈약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도 이 운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1997년 과학상점이 처음 소개된 이후, 1998년에 서울대 학생들 중심으로 과학상점운동 관악학생특별위원회가 설립되었으나 2000년에 활동을 마감하였고, 1999년에 전북대학교에서 학교 내에 과학상점을 공식적으로 설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으나 제도적 정착과 활동의 안정화에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부침하는 모습을 보였고 시민들에 대한 접근에서도 일정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전에서는 2002년 들어 그간 과학상점에 관심을 가져 온 연구원과 학생, 지역활동가들이 모여 연구단지를 기반으로 과학상점 기반 형성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현재 ‘시민참여연구센터(약칭 참터)’라는 이름으로 지역사회와의 적극적인 교류를 도모하며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과학상점 운동은 그 첫 걸음에서부터 엿볼 수 있듯, 기존의 성과 경쟁 지상의 분위기 속에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권력과 자본의 논리에 복종하고 그 확장에 기여해 온 과학기술의 왜곡된 모습을 시민과 대화하고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봉사하는 공익적 모습으로 재구성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식의 확장이란 미명 하에 산업적, 군사적인 목적에 편승하여 개발되어 온 현대의 과학기술을 다시 인간과 공동체의 품으로 되돌려주고, 지금껏 축적되어 온 과학기술의 역량과 성과를 전문가주의의 틀 안에 가두지 않고 내 주위의 작은 몫에서부터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민참여연구센터 홈페이지 http://www.scienceshop.or.kr
연락처 042-869-2097 (T) / 042-869-2090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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