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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삶 속에 숨쉬는 과학기술: 전문가주의의 벽을 넘어 시민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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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경숙
Date : 2006-09-18 20:01 | Hit : 4,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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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0203_ETRI노조_소식지.hwp (0byte) [25] DATE : 2006-09-18 20:01:55 |
김민수 으뜸참터지기께서 2005년 2월 3일 ETRI 노동조합 소식지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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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연구센터(참터) 소개글 2
삶 속에 숨쉬는 과학기술: 전문가주의의 벽을 넘어 시민의 품으로
김민수 (기반기술연구소, 시민참여연구센터 참터지기)
이 시대의 다양한 과학기술 활동들, 보다 가깝게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연구사업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밑바닥에는 국가경쟁력, 기업경쟁력, 가격경쟁력과 같은 개념들이 항상 깔려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과학기술이 인류의 복지에 지대한 기여를 한다고들 말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복지는 제품의 형태로 형상화된 것이라 구매력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 조건이라 할 맑은 물과 공기는 이제 자연 상태에서가 아니라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통해서 얻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컴퓨터가 사람의 노력을 줄여주고 더 많은 여가를 선사할 거라 생각했지만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개인에게 부여되는 일은 더욱 더 많아지고 그만큼 일자리는 줄어들었으며, 현재의 속도와 기능으로도 모자라 더 빠른 하드웨어와 너무도 다양한 기능을 갖춘 더욱 큰 용량의 소프트웨어들이 개발되고 있고 또 얼마 안 있어 그것들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들이 형성된다. 나눔이 미덕이던 시대에서 소비가 미덕인 시대로 바뀐 지 오래고, 각자가 자신들의 자녀에게 더 좋은 생활여건을 물려주려 하면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고리타분한 소리로만 들리는 게 현실이다.
과학기술은 발전과 함께 더욱 더 분화되고, 전문가들은 갈수록 자신의 좁은 분야 안에서 깊이만 더해 가는 상황이고 보니, 연구 활동은 삶으로부터 유리된 별도의 ‘전문적’ 영역으로 자리를 잡게 되고, 연구의 목표와 내용은 생활 속의 필요성과 실질적 유용성에 의해 구체화되기 보다는 이윤의 창출 여부, 산업적 전략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과학기술자들조차도 자신이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여러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주체적으로 푸는 데는 관심조차 갖지 못하고, 국가의 정책과 상업적 요구를 좇기에만 바쁘다. 과학기술중심사회, 과학기술 대중화, 과학기술 문화 창달 등 갖은 구호와 수사들이 난무하지만, 과학기술은 여전히 관료들과 전문가들만의 닫힌 구조 속에 머물고 있고, 일반 시민들의 위치는 여전히 동반자가 아닌 일방적인 수혜자 또는 구경꾼의 수준에 머물 뿐이다. 그렇다고 전문가들이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극도로 분화된 현재의 과학기술 체계 속에서 한 분야의 전문가는 또 다른 분야에서는 일반 시민들과 다를 바가 없어, 타 분야들 간의 통합과 조정 과정에서는 오히려 그 전문성에 기인한 시야의 협소함을 이유로 참여와 권한을 제한당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어찌 보면 이런 현실은 ‘전문가주의’라는 허울 좋은 늪 속에서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이 서로 고립되어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서 함께 허우적거리고 있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는 “모든 전문직업은 일반인들에 반하는 음모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은 전문가들이 자신에게도 존재하는 일반인의 모습을 망각하고 전문성 속에서만 머물고자 할 때 드러나게 되는 전문성의 역효과를 지적하는 경구로 보인다. 실제로 전문성은 보편적인 일반성과 함께 결합될 때에야 실체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 시민참여연구센터(약칭 참터)는 바로 이런 역할을 담당하고자 한다. 기존의 과학기술 구조 속에서 형성된 “전문가로부터 시민에게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기존의 과학기술 유통 체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민과 전문가의 대등한 만남을 주선하고 관계를 발전시켜, 시민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는 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전문가의 모습과 역할을 새롭게 그려낸다. 그리고 시민사회를 위한 연구, 시민들이 실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관심을 가진다. 나아가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그 지역주민들이 다른 누구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전문가적 위치를 존중하여, 지식과 수익 창출이라는 완전히 상반된 이미지에 갇혀 있는 과학기술을 우리 생활 속으로 이끌어낸다.
과학기술지도로 대변되는 거대 과학기술 구조와 기술의 자생적 발전 모델에 익숙해 있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러한 연구들에 대한 현실적인 요구 수준이 대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요구들이 과연 우리 주변에 있기는 한 지 궁금해진다. 그러나 과학상점 운동이 발생한 네덜란드에서는 33개의 과학상점들이 매년 약 2,000건에 가까운 시민과 사회단체들의 연구 의뢰를 받아 활동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당장에 제시할 수 있는 현실적 요구들의 유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자신과 일반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지금껏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억눌리고 폐기되어 온 요구들을 어떻게 되살려내고 구체화시킬 수 있는가에 있을 따름이다.
참터에서는 참여연구자와 자원봉사자,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직원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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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 042-869-2097(T) / 2090(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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