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과학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 앞에서는 매우 이색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미래의 과학자인 서울대 자연대와 공대 학생 40여명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관련단체들이 모여 있는 한국과학기술회관을 향해 “과학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줄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것이다.

학생들은 이날 ‘풍자극’으로 우리나라 과학의 현실을 고발했다. 과학자가 발과 다리를 묶여 정부와 자본에 꼭두각시처럼 휘둘리고, 과학자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시민들이 정부와 자본에 의해 내몰린다는 내용이었다.

“과학은 이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먼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되었습니다. 기업과 정부가 과학을 독점하고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사용하면서 과학은 점점 환경파괴적이고 비인간적인 이윤추구의 무기로 변해버렸습니다.” 이날 집회를 준비한 서울대 노윤호(23·무기재료공학)씨는 ‘과학의 변질’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의 간절한 바람은 ‘인간의 얼굴을 가진 과학’이다. 그 방법으로 학생들은 ‘과학상점운동’을 들었다. “과학상점은 동네 상점처럼 편안한 과학연구실을 말합니다. 대신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난방비 절약부터 환경과 보건, 노동문제 등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연구하는 사랑방이 돼야 합니다.”

이 과학상점 운동은 지난 70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작돼 유럽 전역에 퍼졌으며,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서울대 공대를 중심으로 상륙했다. 이날 집회를 연 학생들은 서울대 ‘과학상점특별위원회’ 회원들이다. “과학을 성찰하는 과학의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과학의 날을 맞이하는 미래 과학자들의 간절한 소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