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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사이언스타임즈] ‘프리온’ 발견이 생물학에 끼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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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민수
Date : 2008-05-29 13:23 | Hit : 1,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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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온’ 발견이 생물학에 끼친 변화
광우병을 넘어 (하)
2008년 05월 26일(월)
광우병에 대한 좀더 정확한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고자 사이언스타임즈는 ‘광우병을 넘어’를 기획했다. 학술적 관점에서 광우병과 관련된 이야기를 총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를 통해 프리온과 분자생물학, 멘덴유전학, 다윈 진화론의 관계, 단백질과 핵산의 세계 등 좀더 전문적인 내용의 과학정보를 접할 수 있다. [편집자 註]
[광우병을 넘어]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저서에서 토마스 쿤(Thmas Kuhn)이 천명한 것처럼 과학의 발전이 항상 정상과학과 위기의 시기를 거쳐 혁명의 시기로 이행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생물학의 경우 쿤이 말하는 패러다임 사이의 통약불가능성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과학의 발전을 하나의 구조로 포섭하려 했던 쿤의 시도는 실패했지만 그의 말처럼 기존의 패러다임과 일치하지 않는 실험결과들에 의해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도되는 경우는 흔히 존재한다. 그리고 프리온의 발견과 그로부터 파생된 결과들은 어쩌면 생물학에 크나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천문학이나 물리학에 비해 신생학문인 생물학에는 혁명이라 불릴만한 사건이 그리 많지 않다. 생물학에 혁명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도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 의해 평가되곤 한다. 생물학사 전체를 개괄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혁명이라 불릴만한 사건을 되짚어 보자면 다윈의 자연선택이 과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진 사건과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을 들 수 있다. 다윈의 패러다임이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매우 오랜 기간이 필요했다. 또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패러다임이 정착한 것은 실험적인 증거나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상 현상의 발견도 아니었다. 그것은 일군의 과학자들에 의한 움직임이었고 쿤의 혁명과정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생물학의 혁명 ‘자연선택’과 ‘이중나선’
멘델의 법칙이 세상에 다시 알려지면서 다윈의 이론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두 이론의 합치에도 많은 논쟁과 암투가 있었지만 결국 하나로 합치된 진화론과 유전학의 새로운 종합은 생물학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게 된다. 이러한 조류와는 다르게 미시세계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DNA의 이중나선 구조는 추상화로 표현되던 멘델의 유전자에 실체를 부여하며 생물학을 도약시킨다. 그처럼 복잡하게만 보이던 표현형질들이 디지털 코드로 환원된다는 것은 신비 그 자체였다. DNA 디지털 코드는 많은 물리학자들을 매료시켰고 분자생물학은 학제간 학문으로 탄생했다. 자끄 모노(Jacques Monod)의 말처럼 “대장균에서 사실인 것은 코끼리에서도 사실”인 것이다. 유전과 진화의 신비는 대부분 해결된 것으로 보였고, 나머지는 잔가지로 보인 것이 사실이다.
20세기의 말엽에 소수의 과학자들은 그동안 생물학을 지배하던 중심이론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 의문은 “과연 모든 유전정보가 DNA에 의해 디지털화되어 유전되는가?”라는 반역적인 질문이었다. 다른 물질에 의한 유전정보라는 것은 불가능한가? 질문은 매우 쉬워 보이지만,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시도는 커다란 권위에 도전하는 무모한 일이다.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이러한 용기는 실험으로부터 나온다.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만나게 될 때 과학자들은 타협해야 한다. 나의 실험결과를 기존의 이론으로 어떻게든 설명해내든가, 아니면 기존의 이론에 도전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순서는 발견의 과정을 단순화한 측면이 조금 있다. 어떤 과학자들은 처음부터 이론을 믿지 않은 채 실험에 임한다. 그런 상태에서 발견된 현상은 시작부터 기존의 이론이 가진 권위에 대한 쿠데타로 시작된 것이다.
▲ 프루시너 박사
프루시너의 실험은 시작부터 기존 이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시작되었다. 프루시너가 프리온 질환에 대해 연구하기 전까지 이미 많은 연구결과들이 핵산이 질환의 전염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핵산이 존재하지 않는 전염이란 당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루시너는 그의 가설을 발표한다. 그가 수행했던 실험결과들과 기존의 문헌들을 종합해보면 그 외의 가설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 복제하는 단백질이라는 개념은 당시 많은 생물학자들의 반발을 샀고, 프루시너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또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논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아직도 바이러스가 원인물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핵산이 함께 전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남아 있다.
‘크릭과 왓슨’의 권위에 대한 프루시너의 도전
일단 대다수의 과학자들에 의해 받아들여진 이론은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프루시너의 노벨상 수상 이후 프리온의 존재에 관한 의문은 사라졌다. 세계 유수의 실험실에서 프루시너의 이론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크릭과 왓슨의 기념비적인 승리에도 불구하고 단백질이 정보를 저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파푸아 뉴기니에서 발견된 쿠루의 전염에 관한 이론은 크릭과 왓슨의 권위에 복종하지 않았고 결국 권위에 도전했던 프루시너가 새로운 혁명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도구의 발전이 과학의 발전에 선행하는 경우는 과학사에서 흔히 발견된다. 효모는 진핵생물이면서도 단세포생물이라는 장점 때문에 광범위한 유전학적 스크리닝에 장점을 가진 모델생물이다. 생물학의 전체론적 접근법인 시스템생물학에서도 효모는 강력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프리온 연구의 혁명적 전기는 효모의 프리온에 대한 연구에서 마련되었다. 이미 지난 글에서 언급되었듯이 효모의 프리온은 효모가 다양한 환경에 대한 적응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군소를 이용한 실험은 프리온이 기억의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포착되었다. 아미노산의 서열이 동일하면서도 입체적인 구조에서 차이를 보이는 다양한 프리온 변형체들의 존재는 단백질의 서열이 구조를 결정한다는 구조생물학의 기본이론에 심각한 도전을 하고 있다.
▲ 존 호간(John Horgan)의 <과학의 종말>
분자생물학의 도그마였던 유전정보의 DNA 독점권을 깨며 등장한 프리온은 효모라는 시스템을 만나면서 멘델유전학과 다윈진화론에 치명상을 입혔다. 또한 기억의 유지라는 신경생물학의 오래된 난제가 프리온에 의해 규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단백질 입체구조의 다양성이 생명활동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969년 분자생물학의 놀라운 발전에 경도된 군터 스텐트(Gunther Stent)는 생명의 신비가 해독되었다는 성급한 결론을 책으로 출판했다. 존 호간(John Horgan)은 <과학의 종말>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혁명적인 과학 이론의 등장이 멈췄다는 것을 증거로 과학의 발전이 멈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역사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더 이상 인류가 이룬 제도의 진보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종말론적 종언을 고하는 이러한 진술에 더 이상 속을 이유가 없다.
여전히 자연은 수줍게 자신의 신비를 감추고 있으며 그 감춰진 신비를 파헤치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언젠가 성과를 얻게 될 것이라 믿어도 좋다. 쇼가 계속되어야 하듯이 역사도, 그리고 과학도 계속되어야 한다.
김우재 포스텍 분자생명과학부 박사후 연구원 | korean93@postech.ac.kr
저작권자 2008.05.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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