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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예원
Date : 2005-03-17 19:08 | Hit :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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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내성 현황
전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최근 그람양성균 치료의 최후 보루인 vancomycin에 내성을 보이는 황색 포도구균 (VRSA, vancomyc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과 장구균 (VRE, 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이 출현하였고, 그람음성균 치료의 최후 보루인 carbapenem (imipenem, meropenem 등)에 내성인 녹농균 (Pseudomonas aeruginosa)과 아시네토박터균 (Acinetobacter baumanii) 등 그람음성균이 자주 분리되고 있어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기적의 약물”인 항생제가 스스로 만들어낸 기적을 파괴하고 있는 “파라독스”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후의 보루인 vancomycin이나 carbapenem 이외의 항생제 내성도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MRSA (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3세대 cephalosporin에 듣지 않는 E. coli와 K. pneumoniae, fluoroquinolone 내성 그람음성균, 다제내성 폐구균, 다제내성 살모넬라균, 다제내성 결핵균 등도 심각한 내성을 보이는 균들로서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을 가하고 있다.
장기이식, 항암치료, 여러가지 침습적 모니터링 기구들의 사용 등 현대의학은 대체로 면역저하와 그에 동반된 감염증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기 마련이며, 항생제 사용에 따른 감염증의 조절에 의지하여 발달된 측면이 강하다.
항생제 내성이 심각한 현재의 상황에서는 현대의학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사실 5억년 세균의 역사에서, 세균에게 항생제 만큼이나 위혐적인 존재는 없었다. 세균의 입장에서 보면 항생제 내성은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몸부림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따라서 항생제를 사용하는 한 항생제 내성은 지속될 것이다.
항생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나타나기 시작한 항생제 내성은, 지금까지는, 인류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더욱 좋은 항생제를 개발함으로써 해결해 왔다.
그러나 인류의 항생제 개발에 맞서, 세균은 나름대로 유전학적 진화를 거듭하였고 급기야 최근에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인류의 능력을 앞지르게 되었다.
그 결과 항생제 내성은 핵폭발 직전의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된 반면, 인류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 라인에 아무 것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스로가 진료한 환자의 검체에서 분리된 세균이 모든 항생제에 듣지 않아, 환자가 고귀한 생명을 잃게된 경험을 갖고 있는 의료인도 계실 것으로 생각된다.
사태가 이런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점은, 감염학 또는 임상미생물학 전문의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인들이 아직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수많은 환자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하여 목숨을 잃고서야 깨닫게 되지 않을까 하는 강한 우려를 갖게 한다.
한국의 항생제 내성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적인 문제로 확대되었으나, 아시아권은 전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월등히 높은 지역에 속하며, 한국의 항생제 내성률은 세계적으로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실정이다.
폐구균 내성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vancomycin 내성 황색포도상 구균도 한 균주가 분리되었고, carbapenem에 듣지 않는 P. aeruginosa와 A. baumanii 및 VRE도 흔히 분리되고 있다.
항생제의 적절한 사용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항생제 사용을 조절할 수 있는 감염내과 의사의 절대적 부족, 새로이 개발된 항생제 사용에 대한 이해 부족과 교육 기회의 결여, 항생제에 대한 광고, 쉽게 항생제를 구입하고 복용할 수 있었던 과거의 행태,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감시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제도의 결핍 등 이유는 많이 있다.
문제는 한국의 항생제 내성률이 높고 매우 심각한 반면, 항생제를 잘 쓰기 위한 국내의 노력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한국보다 경제 사회적으로 열세에 있는 국가와 비교할 때도 매우 미약하다는 점이다. 이점에서 국제사회의 비난도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항생제 내성이 중요한 이유
항균제 내성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의 치료가 어렵다. 내성균을 치료할 항생제가 제한되어 있고, 어떤 경우에는 사용 가능한 어떠한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세균이 분리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
(2) 경제적으로 손실이 크다. 내성균을 치료할 새로운 항생제는 대부분 이전의 항생제에 비해 고가이다.
고가의 항생제를 투입 받아야 하는 환자의 금전적 부담이 증가하고, 국가의 보험재정에도 큰 짐이 된다. 의료기관은 보험삭감에 의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3) 내성균의 비율, 즉 내성률은 노력하지 않으면 급속히 증가한다. 내성균의 출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항생제 사용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내성균 출현 이후 환자간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감염관리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4) 항균제 내성은 의료전달체계를 혼란시킨다. 예컨데, 가벼운 감염증임에도 불구하고 주사로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3차 의료기관에 입원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5) 내성균은 환경생태를 파괴한다. 내성이 심한 병원 감염균이 병원 밖으로 넘쳐나가 지역사회 감염증을 일으키고, 환자에서 배출된 내성균은 자연 환경으로 흘러들어 가게 된다. 자연 환경으로 유입된 내성균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른 세균으로 내성유전자를 전달하여 자연 환경생태계의 항생제 내성이 확산되게 된다.
가축은 풀을 뜯어먹다가 내성균이 몸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사람이 가축을 섭취하게 되면 내성균은 다시 사람에게로 전달된다. 이런 순환고리를 통하여 자연환경의 기초적인 생태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항생제는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가?
항생제는 의료 기관에서 환자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 이외에도, 동물의 사료에 첨가되기도 하고 각종 생활용품에서 항생물질 첨가 상품이 나오는 등 우리 주변에까지 널리 퍼져 있다.
특히 낙농을 많이 하는 유럽국가에서는 최근까지도 성장 촉진제로서 많은 양의 항생제를 사료에 첨가해서 사용하였는데, 이 경우 가축의 체중이 5% 정도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급격히 증가하는 항생제 내성 때문에 1990년대 말부터 성장 촉진제로서의 항생제 사용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생산되는 항생제 총량의 1/2은 감염질환의 치료 및 예방 목적으로 인간에 사용되고 있으며, 1/2는 동물이나 농작물에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유럽에 비하여, 동식물에서의 항생제 사용이 너그러운 편이다.
국내의 경우 자료가 부족하여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가축, 물고기 등에 사용되는 항생제의 종류 및 양이 대단할 것으로 추측된다. 농림부나 수의학계에서도 동물의 사료로서 사용되는 항생제를 규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항균물질 첨가 세제, 비누, 항균물질 함유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항생물질 첨가 베개, 이불 등 항균물질이 첨가된 각종 소비제, 가전제품에 대한 광고를 쉽게 접하게 된다.
세균은 자연계의 말단에 존재하는 일원으로서, 우리의 몸 구석구석에 정상 세균총으로서 자리잡고 있고 우리의 모든 주변 환경에도 존재하면서 순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중병이 걸려서 면역력이 저하되는 경우 감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항균물질이나 항생제에 노출되면 순기능을 가진 세균들이 사라지고, 내성과 독성이 더 강한 세균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 의하여 항균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없음이 입증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의 항생제 사용 적절성은 흔히 감기환자에서의 항생제 처방을 기준으로 비교하기도 한다. WHO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감기환자에서 항생제 처방률은 선진국의 경우 20-40%이며, 한국에서의 처방률은 60-70%로 보고하고 있다.
수술시 예방적 항균제 사용의 경우 외국과 비교할 만한 자료는 없으나, 국내의 경우 항생제의 종류가 광범위하고, 사용기간이 매우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국내 의료기관에서의 항생제 사용은 사용 적응증이 잘 못 된 경우가 많고, 사용하는 항생제의 종류가 부적절한 경우가 흔하며, 예방적 항균제의 사용기간이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항생제가 사회적인 약물이라는 인식하게 항생제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항생제 내성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와 의료계 종사자 뿐 아니라 약사 및 약업계, 수의학계, 미생물학계, 소비자단체, 교육계 언론계 등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1981년부터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이 모여 Alliance for the Prudent Use of Antibiotics (APUA)라는 비정부 기구(NGO)를 통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약 30개 국가에 본부를 두고 항생제 내성과 관련한 전문적인 연구와 함께 각 나라에서 관련 기관 종사자 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항생제 내성에 대한 교육 사업을 실시하고 관련업계 및 소비자 단체와도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여러 가지 사회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학술단체에서 항생제 사용 양상, 항생제 내성 양상 등에 대한 단편적인 연구결과 들을 발표하고 있을 뿐이며, 정부에서는 최근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나, 구심적 없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항생제를 잘 쓰기 위해서는 1) 항생제가 어디에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파악 2) 공공부문 (보건복지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행정자치부 등), 사적부문 (병원, 소비자단체, 학술단체, 언론기관 등) 사회 각 분야에서의 항생제를 잘 쓰기 위한 공동의 노력 3) 환자, 일반인, 의료인에 대한 교육과 홍보 4)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위한 투자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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