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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신명호
Date : 2005-05-27 06:09 | Hit :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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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이 뜸 했습니다. 잊을만 하면 한 번씩 글 올리는 수준이죠? 죄송합니다.
연구소 업무가 4월말부터해서 계속 몰아쳐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매주 제가 담당한 공동 팀 미팅이 잡혀서 회의준비, 회의진행, 회의결과 정리가
계속 반복되어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업무에 치였습니다. 다음 다음 주는 되어야
기술회의가 시작되니까요 한 숨 돌리고서 이렇게 글을 올릴 여유를 찾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겠군요.
모스크바도 여름날씨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기는 밤이 되면 시원합니다.
모스크바의 여름은 무척 아릅답습니다. 도시 중간중간에 큰 숲들과 공원들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도시가 푸른 숲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종로같은 곳에 인사동
크기보다 큰 숲이 있는 거죠. 게다가 모스크바 여인들의 아름다움이 풍광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의 겨울과 여름은 너무 대조적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하도 위험하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은데다 날씨도 춥고 해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서바이벌 러시아어가 좀 되는 데다 버스, 지하철, 택시 타는 법을
익혀서 돌아다니다 보니 이곳 생활에는 전혀 불편함을 못느끼고 있습니다. 모스크바는
지금 10시가 되어서야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합니다. 4시만 되면 밝아지기 시작하구요.
놀기 좋은 계절인 거죠. 이곳의 제 업무 파트너 같은 경우는 오늘부터 2주 동안 휴가를
간다는 군요. 생활 수준과는 상관없이 이네들은 삶에 여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느긋한 면이 많아요. 일처리하는 것도 그렇구요.
제가 속하는 기술회의에 나탈리아라는 젊은 여성 연구원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미인은 아닌데 눈이 예쁘고 귀여운 스타일이에요. 바우만 공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이제
박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쪽은 시스템이 달라서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이곳 국영기업에서 일도 하고 있답니다. 2003년도에 석사 마치고 일하고 있다고 하니
나이는 대략 25~26 정도라고 보아야 겠죠. 우리쪽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마칠 때까지 만날 가능성이 많은거죠. 바우만 공대면 러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카이스트와 같은 수준의 학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물론 절대적 비교를 하면
바우만 공대가 더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게 호감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착각을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기술회의에서 저희쪽 팀장이거든요.
순수한 마음에서 잘 알고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네들 규정이 개인적인 만남을
금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견우와 직녀 사이에 은하수가 있는 것과 같다고나 해야할까.
게다가 저는 러시아어도 잘 못하고... 흑흑. 영어는 그 친구가 잘 못하고.
여러가지로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있습니다.
그녀 때문인지 날씨가 좋아져서인지 러시아 넘들이 좋아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네들 시스템과 업무 패턴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난 후에 살펴보니, 저희 분야에서 이들이
구축해놓은 체계가 아주 훌륭한 점이 많더군요. 일을 알아서 하지 않는 면이 있긴 하지만,
일을 하나 결정하면 제대로 실행하는 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네들 기질에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 어찌보면 이곳 환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곳 식물들은 날씨가 좋아지면 짧은 시간
동안에 엄청나게 빨리 자랍니다. 그래서 주말을 지내고 와보면 어느 새 발 높이 정도로 있던
풀들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꾹 참다가 한 번에 '우욱'해서 뭔가를 해내는
그런 기질이 있는 거죠. 게다가 순진하고 순박한 면이 있어요. 복잡한 걸 싫어하구요.
이곳 유학생들한테 들은 건데, 이네들은 삼각관계라는게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복잡해서 머리가 터진다는 거죠. 그냥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랍니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들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인간 유형들이 여기 많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어떨 지 모르죠.
여튼 적어도 모스크바는 스킨헤드니 이런 문제에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둡고 으슥한 곳은 한국에서도 문제이니까 그런 곳에는 가면 안되구요.
낮에 다니는 건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사무실은 필리라는 곳에 있는데 제가 사는
체르타노브스카야로부터 그곳까지 가는 데 거의 50분 가까이 걸립니다. 지도를 보면서
버스타고 돌아다녔더니 이제는 모스크바 남부 지역은 빠삭하게 되었습니다. 조그마한 포켓지도가
있는데 지하철, 버스 등이 잘 표기되어 있습니다. 모스크바는 구획과 도로가 잘 구성되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지하철, 버스가 연계가 잘 되어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아주 편리합니다. 버스가 자주 오지 않는 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입니다.
이제 이곳 생활도 한달 반 정도 남았습니다. 이곳 생활에 지친 면도 없잖아 있지만
점점 익숙해져 가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남은 기간동안이나마 알차게 보낼 계획입니다. 상동 사무국장님하고 약속했던 번역도
진행을 하구요. 혹시나 좋은 소식있으면 바로 게시판에 올리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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